'진범 논란'을 빚어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14일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모(53)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심을 열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춘재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취지의 자백 진술을 했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심은 피고인 윤씨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심의 개시는 과거 수사기관의 수사는 물론 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춘재의 자백 외에도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고, 불법체포·감금 및 구타·가혹행위를 한 수사기관의 행위 역시 중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2월 중 공판 준비기일을 거쳐 3월쯤에는 재심 공판기일을 열어 사건을 재심리할 계획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씨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그는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이후 이춘재(57)의 범행 자백으로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