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지하도상가 계약만료 눈앞...설왕설래만 무성해 상인들 답답
▲ "평생 동안 일한 지하상가에서 나가야 한다니 눈물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13일 인천 중구 인현동 지하상가에서 30년 동안 수선집을 운영 중인 김정임(76)씨가 재봉틀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았다. 동인천역을 향해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들은 셔터가 내려진 곳이 더 많았다.

13일 오전 10시30분쯤 인천 중구 인현지하도상가. 다음달 2일 계약 만료를 앞둔 상가는 적막한 분위기였다.
"목이 좋지 않다"는 화평동 방향 점포에는 매매 또는 임대 문의를 알리는 쪽지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장사가 되지 않아서 다들 늦게 나온다"면서도 "1년 넘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점포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숙녀복 매장을 하는 김모(73)씨는 이날도 일찌감치 가게 문을 열었다. 성인 서너 명이 들어서도 비좁을 만한 공간이었다.

김씨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손자와 단둘이 산다. '정기 세일'이 적힌 펼침막 아래 걸린 옷이 어쩌다 한 벌 팔리는 게 유일한 밥벌이다.

4년 전 인현지하도상가에서 장사를 시작한 김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되뇌인다.

그는 "주변에서 당장 다음달 상가 계약이 끝난다며 이러쿵저러쿵하는데 아무도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며 "어느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옆집 보따리 싸면 같이 나가야 하나 싶어서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인현지하도상가는 3주 뒤인 2월2일자로 법인 위탁 기간이 끝난다.

법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 관계도 자동 종료된다. 김씨처럼 임차인에게 월세를 내고 장사하는 이른바 '전대(재임대)' 상인들도 2월3일부터는 '무단 점유' 신세가 된다.

인천시는 인현지하도상가 162개 점포 가운데 80%를 전대 점포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전대로 캐주얼 의류 장사를 하는 최모(64)씨도 "갑작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최씨는 1980년대 부평지하도상가, 1990년대 인천백화점에서 영업하며 상권 변화를 몸소 겪었다. 인천백화점이 문닫으면서 지하도상가로 내려왔다.

그는 돈벌이가 변변찮지만 월세가 싼 인현지하도상가를 '막다른 곳'이라고 표현했다.

최씨는 "계약이 연장된다고 하더니 설왕설래만 무성하다"며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인천시장이 해결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인현을 포함해 위탁 만료가 임박한 지하도상가 계약을 5년 연장하는 조례 개정안의 이달 내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10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인현지하도상가는 아무런 피해 대책도 적용받지 못한 채 문닫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곳에서 30년째 수선집을 운영 중인 김정임(76)씨는 "최소한 5년은 더 영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암담하다"며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하면 끝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