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의회, 연장기간 놓고 5년 vs 10년 반년간 신경전
재의요구안 처리도 늦어져 "일부 피해는 어쩔 수 없어"
▲ 인천 중구 인현지하도상가의 계약만료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상인들은 장사할 수 있는 날이 3주 정도 남았다. 13일 오전 인천 중구 인현지하상가에서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이 표류하면서 당장 계약 만료가 3주 앞으로 다가온 인현지하도상가만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례 개정으로 민간 재위탁과 전대 등이 금지되더라도 인천시의 피해 대책을 통해 계약이 5년 연장될 거라고 믿었던 인현지하도상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13일 인현지하도상가 법인 측은 "계약이 종료될 것에 대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현지하도상가는 지난 1980년 문을 열었다. 점포 수는 162개로, 법인 위탁 기간은 2월2일까지다. 법인 관계자는 "조례 개정 국면에서 하필이면 인현지하도상가가 첫 번째 계약 만료 대상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주 '시한부 운명' 인현 살얼음판
총 15개에 이르는 인천 지하도상가는 직영인 배다리·제물포를 제외하고 민간 재위탁 구조다. 인천시가 인천시설공단에 위탁하고, 공단이 민간 법인에 다시 위탁하는 방식이다. 이들 법인은 개축·보수 비용을 부담하면서 수의계약으로 길게는 20년까지 사용 허가를 받아왔다. 인현지하도상가는 5년 2개월인 허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시는 지난해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현행법에 위배되는 민간 재위탁을 금지하도록 했다. 상가 혼란을 방지하는 대책으로 위탁 기간이 5년 이하인 경우에는 5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내용을 부칙에 담았다. 5년 넘게 남은 상가는 기존 계약을 모두 인정해줬다. 인현지하도상가는 잔여 기간이 3주인 반면, 길게는 2037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상가도 있다.

조례 개정을 놓고 벌어진 갈등의 초점은 연장 기간에 맞춰졌다. 시는 5년 유예가 정부와 협의를 거친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시의회는 부칙에 담긴 '5년'을 '10년'으로 고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는 정부의 '수용 불가' 답변을 이유로 재의요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시의회 "일부 상가 피해 어쩔 수 없다"
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반년 넘게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인현지하도상가는 '시한부 운명'에 놓였다. 재의요구안이 오는 31일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돼도 계약을 5년 연장할 수 있는 개정안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현은 이번 조례 개정 국면에서 유일하게 피해 대책 없이 내몰리는 지하도상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퇴거 통보, 행정대집행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부평중앙(4월)·신부평(8월) 상가도 올해 계약이 만료되지만 아직 조례 개정까진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난 10일 시의회 의원총회에선 "인현지하도상가 피해는 어쩔 수 없다"는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현지하도상가 법인 관계자는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협의를 지켜보며 지하도상가연합회 차원의 대응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상가마다 처한 현실이 달라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