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쓸쓸하고도 찬란한
[새책] 쓸쓸하고도 찬란한
  • 여승철
  • 승인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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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처입은 영혼 보듬다
▲ 유시연 지음, 실천문학사, 268쪽, 1만3000원

2013년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인 <존재의 그늘>에서 여성의 사유와 시선을 통해 현대인의 잃어버린 자연적 삶의 가능성을 되묻는 작품으로 인정받은 유시연 작가의 신작 소설집<쓸쓸하고도 찬란한>이 출간됐다.

9편의 단편을 엮은 이 소설집에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소박한 인물들의 삶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쓸쓸한 풍경 속에서 두 여인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층 통나무집'과 원죄 의식을 감각적인 문체로 담아낸 '설행'. 힘겨운 이웃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포착한 '비밀의 방', 장자 위주 상속의 부당함을 희극적으로 그려내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상상력으로 밀고나가 인간 이해의 통찰력을 보여준 '영혼의 집', 역사적 현장이 자본의 그늘로 전락하는 쓸쓸함을 담아낸 '나는 모른다', 두 남자가 서로 다른 시간에 산탄젤로 동굴성당을 돌며 성(聖)과 속(俗)의 세계를 전착해 가는 내용을 그린 '깊은 밤을 지나' 등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쓸쓸하고도 찬란한', '울음 우는 숲', '야간 산행' 등 세 작품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삶을 응시하며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 통찰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나고 자란 강원도의 깊은 자연의 생명력을 각각의 단편 속에 고르게 나눠주며 공간과 시간, 인물들을 보듬어 안고 쓸쓸하지만 찬란한 삶의 순간순간을 감각적인 문체로 전개하며 서사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소설가 김현숙은 "유시연의 소설을 구성하는 강점은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가독성, 정확하고 단아한 문체, 이채로운 이력, 오랜 수련 기간을 통해 연마된 깊은 통찰과 사유,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라며 "오염되지 않는 자연 속에서 상처 입은 생명체들이 다시 생명을 얻어가는 여운을 남기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하여 지난 페이지를 돌아보게 하고 책장을 넘기게 한다"고 말했다.

유시연 작가는 2003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소설집으로는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오후 4시의 기억>, <달의 호수>와 장편소설로 <부용꽃 여름>, <바우덕이전>, <공녀 난아>, <벽시계가 멈추었을 때> 등이 있다. 정선아리랑문학상과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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