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 한 달째다. 본격적인 선거 일정에 들어간 셈이지만 일부 후보들은 지역구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른 채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여야 간 합의가 안돼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후보군의 행선지를 놓고 교통정리도 끝나지 않아 안갯속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포천·가평지역은 3선의 김영우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이철휘(66)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과 최호열(59) 포천신문 명예회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국당은 박종희(59) 전 국회의원과 최춘식(64) 전 경기도의원이 예비후보다. 민중당은 이명원(45) 포천시위원장이,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원승헌(63)·김정희(54)·김현자(65)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모두 8명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2명, 한국당 2명, 민중당 1명, 국가혁명배당금당 3명이다. 예비후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지역에서는 허청회(51) 김영우 국회의원 보좌관과 고조흥(67) 변호사도 거론되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3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공천 경쟁을 거쳐 본 선거에 들어간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총선을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결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당 공천을 받기 위한 수 싸움이 치열하다. 현재로선 이철휘 후보와 최호열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놓고 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국당은 박종희 후보와 최춘식 후보가 경쟁 중이다. 당내 경선에서는 인지도 높은 사람이 유리하다는 점을 여야 모두 정석처럼 여기는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다보니, 후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게다가 민주당·한국당 등 예비후보 8명 가운데 수원에서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종희 후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가 총선 출마가 처음이어서 인지도 향상에 필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분하게 공약을 가다듬을 시간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참모들이라도 여론을 수렴하고 치밀한 공약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런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포천·가평 선거구는 보수 성향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2018년 6월 치러진 민선7기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번에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포천·가평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인지도·지지도 향상에 올인하고 있는 데서 더 나아가 남 탓까지 한다. 인물을 제대로 뽑지 못해 수십 년 간 지역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이슈와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 비해 포천·가평지역은 발전이 더딘 상태다.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역경제가 황폐해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음식점 등 자영업은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수도권의 관광명소가 다양해짐에 따라 관광업종도 예전만 못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제시해야 할 판에,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 경쟁 양상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생뚱맞게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광덕 경기북부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