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침이면 서로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집을 나선다. 그리고 저녁 즈음에 열심히 일한 몸을 편히 쉬게 해줄 집을 향해 퇴근한다.

나는 아침마다 승기천 다리 위를 건너서 출근하는 남동산업단지 직원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난해 그 길을 통해 퇴근하지 못한 분들을 생각하며 다짐하곤 한다. 저 분들이 출근한 그 길로 퇴근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세일전자 화재를 떠올리며,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그러한 화재가 재발되지 않도록 열심히 발로 뛰었다. 그러는 동안 각 유관기관 간 협업이 필요한 시점에 인천소방본부(공단소방서)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단지공단,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남동공단 겨울철 화재사고 예방 추진단을 구성했다.

때마침 남동산업단지 기업주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지난 12월20일 입주기업 관계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직접 실시했다. 회사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관리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주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가정도 가장의 마음에 따라 집안 분위기나 가족들의 성품에 영향을 주게 되듯 기업주의 자세에 의해 기업의 안전이나 분위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표는 아마도 매출액과 실적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의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관점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회사에 속해 있는 개개인의 안전과 복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기업 이미지의 추락뿐만 아니라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 사례를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관점을 바꾸어야 할 때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작가 박용후 관점디자이너는 관점의 변화는 당연함의 부정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즉, 당연함을 부정했을 때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을 소방안전과 접목해 보면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소방안전이 무관심의 대상이었고 도외시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그것이 당연함으로 물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소방안전은 회사이익에 우선할 수 없다', '회사의 성장이 먼저여서 소방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등 여러 가지 당연함의 관점을 이제는 이익과 소방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융합적인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당신은 무엇을 벌어 놓았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대부분은 '번다'라는 개념을 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번다'에서 돈을 빼야만 제대로 보인다고 한다. 즉 '번다'의 전제를 '돈'으로 두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새해의 시작 시점에서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벌어놓으셨나요?' 소방안전을 벌어 놓았다면 그 다음은 직원들의 행복과 회사 성장의 발판을 벌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벌어 놓은 것으로 다음 걸 벌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한 길로 저녁에 안전하게 퇴근하는 우리 모두가 되도록 소방안전을 버는 2020년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추현만 인천공단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