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다] 위기의 치매노인과 가족
▲ 치매노인과 가족을 위한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도내 곳곳에서 치매노인과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정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수원의 한 노인요양병원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사망한 아들 곁 생활한 노모

간병에 지쳐 극단 선택한 딸

인력 태부족·체감 정책 요원

치매 국가책임제 대수술 필요


치매를 앓으며 50대 아들이 숨진 것도 모른 채 두 달 동안 생활해온 70대 홀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부의 치매노인과 가족을 위한 정책이 도민 삶의 현장에 투영되지 못하면서 정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지난 5일 용인시 처인구 한 다세대주택. 집주인이 두 달 밀린 월세를 받으러 방문했다가 50대 아들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치매를 앓는 70대 홀어머니를 모셔왔다. 홀어머니는 집주인이 확인하기 전까지 아들이 숨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의 신용카드 기록이 지난해 11월초 이후 없던 점 등으로 미뤄 지병을 앓다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외상 등이 없다는 구두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들 모자는 조그마한 땅을 소유하면서 '생활보호대상자'도 아니어서 행정당국의 관리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2018년 12월에는 고양시에서 70대 치매 홀어머니를 모시던 40대 딸이 오랜 간병에 지쳐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2017년 11월에는 남양주에서 실종된 80대 치매노인이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가가 치매노인은 물론 가족의 안전과 치료, 삶을 책임진다는 '국가책임제'를 시행한 지 3년.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 환자에 전문 요양사 파견 등의 내용이다.

'국가책임제' 시행이 3년 됐지만 치매지원센터 양적 확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치매노인과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요원하다.

도내에는 2017년 정책시행 이후 지역에 치매안심센터를 모두 46곳 설치했다. 치매노인 가정을 수시로 방문해 증상을 확인하고 가족을 지원한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치매노인 가정을 아우르기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치매안심센터 인원은 730명이다. 경기남부지역에만 치매노인이 8만3000명(경찰 추산)인 점을 감안하면 1명이 최소 114명을 맡는다.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정부 의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인력부족에 허덕인다. 현실은 치매노인과 가족, 그들이 센터를 방문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접근성 등이 나쁘다"며 "우리가 찾아가야지, 그들보고 센터로 오라고 하는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안전한 사회망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마다 치매안심마을을 늘리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며 "보다 세심한 관리를 통해 치매노인 가정을 진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