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초록을 만나다'전
광교신도시와 자연의 공존 모습, 드로잉·식물 채집으로 담아내
나뭇잎 디테일까지 볼 수 있어
▲ 박혜원 作 '모수국' 

▲ 김지수 作 '채집된 순간'

삭막한 도시에서 만나는 초록의 싱그러움은 숲과 호수를 만나 더 짙어진다. 광교 신도시는 인위적 '도심'과 자연물 '호수공원'이 공존하는 곳이다. 구성수, 김원정, 김유정, 김지수, 박지현, 박혜원, 변연미, 손채수, 이명호, 임종길, 최수환 등 11명의 작가는 균형과 조정의 결과물이자 현대인이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지어진 삶의 공간을 주목했다.

이들은 다음 해 봄을 준비하는 11월의 끝자락을 초록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기라고 보고 지난해 11월29일부터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뜻밖의 초록을 만나다' 전을 펼치고 있다.

전시장 초입부터 '짙은 푸르름'으로 그려진 작품들은 어느 '숲' 한가운데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전시장 창으로 내비치는 광교 호수의 풍경은 '뜻밖의 초록을 만나다' 전의 어느 한 작품인양 자리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는 3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생태와 환경을 아우르는 확장된 개념을 다루고 있는 초(草) 섹션과 '녹색'의 의미 속에 담긴 자연을 의미하며 자연을 규정하는 방식의 록(綠) 섹션, 도심과 호수공원의 관계를 조명한 '만나다' 섹션을 통해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광교'를 작품에 담아냈다.

초(草)의 공간에 전시된 박지현 작가의 '빛-사이-무늬' 작품은 비단과 한지, 직접 채집한 마른 식물이 주재료로 사용됐다. 광교 호수공원 일대로 서식하는 식물들을 채집, 건조 후 각 캔버스 안으로 두어 각각의 캔버스를 자연의 색에 가장 가까운 비단으로 덮어 장식했다.

김지수의 '채집된 순간'이 위치한 '록'의 섹션에 들어서면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발동한다. 전시 공간 가득 퍼져있는 오묘한 향기는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선반 위로 각각에 채집된 식물이 3열 횡대로 나열돼 있다. 작은 병에 일일이 정성스럽게 담긴 식물들은 '표본실의 개구리'같은 모양새다.

구성수 작가가 흑백사진으로 표현한 광교의 모습은 이가 시릴 만큼 쨍한 선예도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구 작가의 작업에는 최초의 화상 장치인 카메라 옵스큐라가 등장한다. 오로지 자연의 빛으로만 담아낸 광교 호수의 풍광을 배경으로 드로잉 해낸 '옵스큐라 드로잉'은 자연물이 만들어 낸 녹색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만나다' 섹션에 비치된 박혜원의 작품 '모수국'은 섹션의 명칭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었다. 나뭇잎이며 솔방울이며 채집된 식물들을 OPP 비닐에 담아내 붉은 실로 매달아 놓았다. 모빌처럼 매달아 놓은 사잇길을 지나면서 만나는 식물들을 꽤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무심코 지나쳤던 나뭇잎의 디테일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도심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뜻밖의 행복을 선물하는 전시, '뜻밖의 초록을 만나다' 전은 오는 3월29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