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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있던 북의 신년사는 올해 '북 로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 형태로 발표됐다. 핵심 요지는 그간의 북미대화를 '미국의 시간끌기'라고 판단하면서, "자력갱생 대 제재와의 대결" 속에서, '정면돌파전'으로 미국과 평화체제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세상은 머지않아 북이 보유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압박도 병행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3월로 예정돼 있어 그 시기를 대략 올 2월과 3월 사이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다시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된다면 북은 핵과 ICBM 시험의 모라토리움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남북대화보다는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 남북 협력 증진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제안들을 재차 내놓고는 있지만 그간 남측에 실망을 넘어서 포기상태에 있는 북이 나서게 될지 의문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그리고 남북간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 재개 등을 이제 와서 선언한다고 과연 북이 믿을까 싶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사사건건 견제하는 마당에 말이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자마자 미 국무부는 "유엔 제재 이행이 우선"이라고 딴죽을 걸었다. 신뢰의 위기는 북미간 뿐만 아니라 남과 북 사이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남측이 미국의 부당한 간섭을 뿌리치며 민족의 이익을 앞세우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내적으로 유엔 제재와는 상관이 없는 5·24조치부터 해제해야 한다. 금강산관광 재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개별관광 방안으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내지 유예와 함께 쳇바퀴를 돌고 있는 북미대화에서 "합의 미이행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방식을 활용"해서라도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중재자'의 역할이다.

현재 유엔안보리에는 중·러가 제안한 '대북제재 일부 해제 결의안'이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번 제재 해제안에 대해 미국은 이전과 달리 즉각적인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있지 않다. 이럴 때 문재인 정부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도 보여주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모인 15만 평양 인민들 앞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바로 그때의 심정과 결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 대통령 임기도 벌써 절반을 돌았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방해를 뚫고 6·15평양공동선언을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도 정면돌파해야 한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누가 가로막는다고 하더라도 기필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길에 초석을 다지는 역사적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성재 대표는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대우자동차 조립1부에 취업(위장)했으며, 19대 노조위원장(2004. 10~2006. 9)을 지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천부평구협의회 자문위원이다.

이성재 ㈔노동희망발전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