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자체 검토 … 시민단체 긍정적
경기도 공공도서관에 '위안부 비하'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도서가 비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원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이용금지 조처 등 대책에 나섰다.
<인천일보 2019년 12월23·24·25일자 1면>
지자체가 출판금지 등 법적처분 없이 역사·사회적 논란을 사유로 도서관 도서에 대해 일종의 '검열권'을 발동한 건 드문 경우다.
다만 책이 갖는 문제성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 대응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등 현행 도서관 정책의 미비점으로 지자체마다 혼란은 여전하다.
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시·군은 강제징용·성노예 등 일제강점기 일본군 범죄를 정당화한 '반일종족주의' 책을 두고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수원시가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시는 지난달 23일 도서관 소장 실태를 담은 본보 보도 이후 긴급회의를 열어 16개 도서관 16권을 전부 빼냈다.
수원시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위안부 피해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자체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해당 책은 대출과 열람 모두 불가능하다. '책을 보기 싫다'는 시민들의 민원과 역사왜곡 지적 등도 감안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12개 도서관에 15권을 비치했던 화성시는 이날 도서검색 시스템 목록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외했다. 시는 열람 종료 이후 폐기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평택시도 열람이 끝나는 대로 7권의 책 모두를 창고에 따로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고양(15권)·포천(6권)·의정부(4권)·동두천(3권)·광명(1권) 등은 아직 검토 중이다.
이들 지자체도 다른 곳처럼 폐기처분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견과 회의 등 절차를 우선 밟겠다는 입장이다.
반일종족주의는 일제 식민지배 당시 범죄에 정당성을 붙인 내용으로 국민적 공분과 함께 큰 논란을 불렀다. 지자체가 이런 점을 고려해 책 소장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일은 흔치 않다.
현행 도서관 운영 규정상 책의 이용제한은 법원판결을 받거나 청소년 유해, 사행성, 비공개 등 '명확한 근거'가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판매·배포금지 판결을 받아 전국 도서관이 일제히 폐기 등 조치했던 '전두환 회고록'이 대표적인 예다.
역사왜곡 등으로 지적을 받은 책은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이 어렵다. 정부는 '도서관 운영 주체가 필요할 경우 제한 등을 할 수 있다'는 모호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다.
또 다양한 시각의 특성상, 책을 읽고 싶다는 다른 한쪽의 의견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대안으로 시민, 외부전문가, 지자체가 '운영위원회'를 꾸려 시민 인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방법이 있으나 대부분 형식에 그치고 있다.
용인·성남·안산·여주 등 많은 지자체가 사안을 인식하면서도 방향을 정하기 난감하다고 하소연하는 배경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공공도서관 속 역사왜곡 논란의 책은 누군가에게 단순히 '정보'에 불과할 수 있으나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 의지와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지자체들의 결단이 고맙고 앞으로 지역 차원의 도서관 정책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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