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들 단골 메뉴로 등장 실현가능성 낮아 무산 되풀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지역 단골 공약 중 하나인 '경부선 철도 지하화'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선거 때마다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는 거품 공약에 대한 진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이창성(자유한국당·수원갑) 예비후보는 "경부선 철도 수원 구간을 지하화해 수원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제 전문가로서 지역 발전을 이루는 이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도심 한복판을 통과하는 전철을 지하화해 인근 주민에게 소음과 분진 등을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지하화 후 상단 부분에 공원과 같은 편의시설까지 만들 수 있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이를 위해 경기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선 지방자치단체는 안양시다.


지난 2010년 당시 후보였던 최대호 안양시장은 철도 지하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역을 뜨겁게 달궜다.

당선 이후 최 시장은 서울 용산·동작·영등포·구로·금천구와 군포시 등 주변 지자체를 설득해 협의체를 구성, 관련 용역까지 진행했다.


뜻을 모은 이들 지자체의 목표는 서울역에서 당정역에 이르는 경부선 31.7㎞ 구간 지하화였다. 하지만 수백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태라고 안양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밖에 2014년 공재광 평택시장과 2018년 이권재 오산시장 후보 역시 이 공약을 강조하는 등 잊을만하면 등장하고 있지만 번번이 무산되는 실정이다.

지하화 사업이 허공 속 메아리인 이유는 예산 문제가 크다.


지자체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국토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경부·경인선에 대한 지하화를 검토하는 용역 예산 10억원을 확보했지만, 지하화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며 "관련 법령을 보더라도 국토부에서 예산을 지원을 해야할 의무가 없어 해당 지자체가 모두 부담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철도 지하화 공약이 또다시 등장하자 주민 반응을 겨냥한 불확실한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 공약의 가장 큰 문제는 충분한 검토 과정도 없이 '해내겠다'는 막연한 주장에서 시작된다"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나 향후 경제적으로 얻는 이익이 상당한 사업이기에 주도면밀한 검토를 거쳐 단계별로 추진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야만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