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어떤 이는 암으로, 누구는 정신질환으로, 직장인은 스트레스로, 병명만 들어도 가슴 한구석이 철커덕 내려앉는다. 의학의 발달로 몰랐던 병을 밝혀낸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 것인지, 병도 하도 다양해 병명을 들어도 알 수 없고 기억할 수도 없다.

생활양식은 풍요롭고, 생활방식도 과학적이며 밤하늘의 별들도 정복하는 시대에 왜 병은 퇴치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알쏭달쏭한 병이 '죽겠다'이다. 속상해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좋아 죽겠다. 재밌어 죽겠다 등등. 가만히 듣고 있으면 천지에 죽을 만큼 아픈 병자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대체 이 병은 어떤 병이기에 처방도 없고 예방도 없이 너나 나나 다 앓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느 때 이 병이 유독 궐기하는가? 어느 연령층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은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0~20대는 시도 때도 없이 발병했다. 그리고 중장년 세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에 가장 많이 발병했다. 그래서인지 정작 죽겠다는 신음조차 내지 못할 만큼 힘든 악몽의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 이후 선조들의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씀을 새겨 들어서인지 한동안 쏙 들어갔는데, 다시 요즈음 이 병이 도지고 있다. 특히 '일자리가 없어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라는 말을 청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거의 한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은 무심코 한 말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으니 말조심하라는 뜻을 넘어 어떤 일의 전조라는 지침이기도 하다. 즉 '일자리가 없어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는 이 말은 실제로 국민의 가계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예고는 아닐까.
경험이 사람을 지혜롭게 한다. 한번 겪어본 일을 기반 삼아 도약할 수 있는 용기와 지략을 가진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결코 제2의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단 이러한 경제 위기상황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방지책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지자체들이 사회적경제기업(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단가를 낮추어 소비자의 가계지출을 줄인다. 마을주민이 생산자이며 소비자로서 친환경적, 천연적 유기농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안전과 생태계를 보호한다. 우리로 시작해 우리로 돌아오는 경제순환은 상생과 나눔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지역사회경제도 활성화시킬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설립하는 데는 학력, 연령, 경력도 제한이 없다.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소자본으로 1인 사회적기업도 창업할 수 있다. 경력단절 이웃이 모여 마을기업을 만들고, 소상공인들이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소득증대를 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설립과정의 기초교육부터 창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지자체에서 여러모로 지원을 한다. 만약 창의적이고 공동체에 유익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사회적경제기업에 도전해 어려운 현실을 타파해 볼 일이다.

임봉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