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무대 좌ㆍ우익 투쟁史

섬 주민 애환 짙게 배어

 「황해」는 「훈장과 굴레」와 함께 소설가 이원규씨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가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였던 80년대를 거지반 보내고 후반인 89년 월간 한국문학에 3번에 걸쳐 분재했던 1천5백장 분량의 장편이다. 이후 90년 1월 한국예술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92년 11월 인문당에서 재출간됐다.

 45년 광복 직전부터 한국전쟁까지 인천에서 벌어진 좌우익의 투쟁을 그린 소설로 역사적인 혼란기 인천과 인근 도서지역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고뇌가 짙게 배어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덕적도의 고기잡이배 세습선원의 아들인 서주혁. 그는 역사와 환경이 주는 굴레로 인해 좌익학생운동의 선두주자로 생의 역정을 시작해 노동운동가 혁명가 행정가 등 진보적 개혁운동가로서 역사의 생산자편에 섰다가 분단의 비극에 의해 희생되고 만다.

 황해는 상당히 지역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꼽힌다. 『고향 인천에 바치겠다는 각오로 황해를 썼다』고 술회할 정도로 그가 애정을 갖고 있는 소설이다. 이 때문에 전쟁 미체험 세대에 속하는 이씨는 역사학자처럼 해방공간 시대 인천의 역사 자료수집에 열중했고 그 자료를 토대로 서사적인 상상력을 적절히 배합해 개항과 외세 침탈의 관문쯤으로 인식되던 인천을 다른 각도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무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 스스로 『황해를 배경으로 잡은 것은 이 곳이 외세침탈의 문호였고 분단이 고착화되던 그 절망의 시기에 민중의 의지가 번번이 꺾이고 만 비운의 장이란 사실을 드러내 현대사의 한 의미 깊은 공간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황해를 배경으로 한 점 때문에 문학사적으로는 종전 분단문제를 기반으로 한 소설들이 대부분 내륙을 제재로 했던 것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드물게 바다와 섬이라는 새로운 제재로 공간지평 넓히기를 시도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역성 부각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역사에 대한 작가의 의식과 책임이 더 중시된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현대사의 무게를 한몸에 질머진 전형적인 인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 사회와 개인의 상관관계를 다루면서도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도 충실히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