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는 역류효과(Wash-back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한 나라의 수도와 가까운 도시일수록 그 혜택을 보기는커녕 여러 경제적 동력들이 수도로 유출되어버려 도시가 되레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얼핏 생각할 때, 서울과 가까운 도시는 '잘 나가는' 서울 덕분에 덩달아 좋아질 것이라는 관념을 갖게 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이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그간의 인천은 전형적인 역류효과에 시달려왔다. 지방 사람들은 '인천이 무슨 지방이냐' 하며 부산, 광주와 같은 아래 지역 도시들에 비해 인천은 '먹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인천은 서울과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인천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역의 소득, 자금, 투자가 서울로 빠져나가기 가장 쉬운 도시다. 인천시민 소득의 약 53%가 서울 등에서 소비되고 있고, 인천 시중은행 자금의 100% 이상이 서울과 같은 외부에 투·융자되고 있다. 나아가 인천 기업들은 원재료나 중간재를 지역에서가 아니라 서울 등 외부 기업으로부터 조달해오고 있다. 서울과 가까워서 덕을 보는 게 아니라 지역경제의 동력들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스폰지에 의해 빨려 나가면서, 인천은 역류효과에 발목을 잡혀 왔다. 따라서 인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바로 이 현상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달려있다.

그런 차원에서 인천은 보다 지역주의적인 '닫힌 도시경영'이 절실하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들을 어떻게든 지역 안에 가두어둠으로써 지역 안에서 돌고 돌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대응으로 구축되는 지역 경제의 발전 패턴을 학술적으로는 '지역 내발적 발전', 또는 '지역 순환형 경제'로 부른다. 일본 도쿄 인근의 요코하마와 같은 도시들이, 또 미국 뉴욕 인근의 뉴저지주 도시들이 이와 같은 지역 발전을 지향하는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역류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은 '서울과 가까운 도시'를 지향해야 할 것이 아니라, '서울에 빨려들지 않는 도시'로 선방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실천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인천시민의 소득이 지역 안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현대판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필요하다. 인천 지역 내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은 생산자협동조합과 소비자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탄탄히 조직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조직화된 양자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협의해 지역 내 소비량에 맞춰 공급량과 가격을 사전에 조정하는 대응방식이다. 시장을 경유하지 않는 지역 내 수급조정 방식은 과잉생산을 사전적으로 예방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보다 양질의 상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인천 시중은행에 예금으로 축적된 자금들이 최대한 지역 내에 투·융자되어 지역 안에서 돌고 돌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천시 지자체의 금고은행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그만큼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발휘해야 한다. 은행이 지역의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 저소득·저신용등급층의 자금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물론, 시금고 등을 선정할 때도 그 은행이 얼마나 지역 안에 자금을 재투자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셋째, 지역 기업들의 조달 또는 투자가 지역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인천은 국내 대도시들 가운데 이출률과 이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곳이다. 즉 인천 기업이 필요한 원재료 등의 생산재는 인천 내에 공급 기업이 있음에도 타지로부터 조달되는 비율이 높고, 인천 기업이 생산하는 중간재 등은 인천 내에 수요 기업이 있음에도 타지로 조달되는 비율이 높다. 경제자유구역 내 기업들이 인천 내에서 조달하는 비중은 송도의 경우 10%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인천의 지역 산업구조의 자기 완결성은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시민혈세로 외부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할 때는 반드시 해당 기업의 지역 산업 연관에 대한 기여를 전제로 해야 한다. 또 지역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은 지역 내 B2B 거래가 강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도는 순환형 경제를 위해서는 서울과의 거리를 되레 늘리고 인천의 경제적 동력들이 서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닫힌' 도시경영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닫힘'이란 폐쇄의 의미가 아니다. 도시경제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기방어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