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아침 '꽃봄'이란 태명을 가진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인천 서구에 사는 조춘용(32) 문정애(31) 부부의 첫 출산이다. 저출산 세태를 반영하듯 지역 병원마다 1~2명 정도의 신생아들이 경자년 새해를 밝혔을 뿐이다. 평균출산연령이 33세 정도라고 하니 조·문 부부는 다소 일찍 아이를 낳은 셈이다.

1960년대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강냉이죽과 옥수수빵이 배급되던 시절이었다. 전쟁 여파로 황폐한 살림을 이어온 부모들은 줄줄 딸린 자식들의 점심 도시락마저 싸줄 수 없었던 가난한 살림에 허덕이기도 했다. 더구나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들은 한겨울 양말도 신지 않고 등교하던 추운 풍경도 많았다. 하지만 허기를 달래야했던 알싸한 추억 속 음식들이 오늘날 웰빙을 외치는 힐링푸드, 건강식 콘스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시대를 겪어온 베이비붐 세대의 선봉 1955년생들이 올해 노인연령에 편입된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노인복지 혜택의 수혜 대상이 된다. 물론 노인세대라고 하지만 실제 그들은 아직도 건강과 역량 면에서는 한창 일할 수 있는 현역들이다.

조손(祖孫) 연령 구조의 2020년생과 1955년생은 저출산·고령화의 상징이다. 5년 후 10명 중 2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전개된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의 속도는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진행된 복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부터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유일한 초저출산국에 머물고 있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가 계속되어 왔고, 드디어 0명대까지 떨어졌다. 2018년 합계출산율 0.98명은 가임여성 중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서울(0.76), 부산(0.9), 대전(0.95), 광주(0.97), 대구(0.99)는 1명 미만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경기도(1.0)와 인천(1.01)도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도시로 달려가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일자리를 80만개로 늘리겠다고 한다. 양질의 노인일자리가 아니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 상대적빈곤율도 벗어나기 어렵다. 그동안 100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국가 재정이 투입됐다. 무엇보다 가족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 세대가 어우러지는 공동체 구현이 행복한 나라라는 가치관의 대변혁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의 고질적 프레임이 개선되려면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소중하고 존중받는 존재로서 불평등과 불공정 등 박탈감 없는 사회 구조가 더욱 공고해져야 할 듯싶다.

김형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