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칼럼] 행정 아이디어가 자산이다
[자치칼럼] 행정 아이디어가 자산이다
  • 인천일보
  • 승인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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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공무원과 법규, 예산만으로 시민에게 서비스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공무원의 아이디어에 시민의 아이디어를 더하고, 공무원과 시민이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이 자치분권 시대를 선도하는 진짜 민주주의 행정이다.

경자년 새해도 2019년과 마찬가지로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될 것 같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여전히 녹록지 않고 청년들의 취업 관문은 쉽게 확대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정부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0년도 예산배정 계획'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쏟아붓기로 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올해보다 42조원 이상 증가해 초 슈퍼예산이란 이야기까지 들을 만큼 규모가 큰 예산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상반기에 집중해서 집행하겠다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 그만큼 긴박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용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에는 이런 경제 상황이 기업분 지방세 감소라는 또다른 이름의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용인시의 경우 당장 내년에 삼성전자 한 회사에서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만도 81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복지비를 비롯한 고정적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들면 지자체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어려워졌다지만 지출을 줄이는 것은 더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저소득층이나 취업준비생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불경기일수록 정부가 소비지출을 늘리고 지자체까지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용인시 역시 빠듯한 세입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런 까닭에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했고,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늘려 잡았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한국 GDP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6% 내외에 불과하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정부 혼자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용인시 같은 지자체는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도로·교통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는 없다. 또 상하수도나 공원 등 기간시설도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 가용재원이 줄어든다고 시민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게을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론은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한정된 재원으로 시민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해야 하며, 또 경제는 경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려면 공공부문도 기존 사고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민간부문 이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시민과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

용인시는 이미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예산을 절감하는 선을 넘어서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 시행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상수도 펌프 작동 시간을 전기요금이 비싼 주간은 피하고 야간에 집중시킨 특허기술은 이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매년 3억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엔 한정된 예산으로 젊은 부부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제공하기 위한 대안도 냈다. 전국 최초로 시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아이돌봄 채널을 확대하기로 했다. 예산이 많이 드는 돌봄센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기존 작은도서관이나 주민자치센터, 마을공동체 등에 돌봄 기능을 추가해서 서비스하려고 한다. 시민과 함께 하는 사업이기에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또 관내 숨은 자산인 은이성지와 기존의 임도 등을 연결해 최고의 순례길 겸 힐링 명소를 만들고 있다. 이 역시 따로 떼어놓으면 큰 가치를 발휘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시민·종교단체 등의 협조가 더해지면서 엄청난 가치를 가진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이 공무원과 법규, 예산만으로 시민에게 서비스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공무원의 아이디어에 시민의 아이디어를 더하고, 공무원과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이것이 자치분권 시대를 선도하는 진짜 민주주의 행정이다.

백군기 경기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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