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래포구 2014.


엄청난 길이와 무게를 지닌 어망의 움직임이 쉴 새 없다. 갑판 위에 가득찬 어구들은 고단하고 분주한 어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민하고 일사불란한 어부들의 동작에서 추위를 녹이는 열정과 건강한 삶을 느낄 수 있다. 보고 있노라면 금세 경외심마저 들 정도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느껴지는 저 역동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부모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감이 응축되어 발현되는 에너지일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회는 가장 일을 적게 한 의회라는 오명을 또다시 되풀이했다. 막판에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가까스로 의결했다고는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해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또 해를 넘기고 말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세비를 받아가면서도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위정자들에게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노동자'로서의 절박한 삶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들은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만으로도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라와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위정자들은 적어도 그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원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어민의 일상을 체험하는 '삶의 체험 현장'에 출연시키면 어떨까. 아니 체험은 둘째 치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의 노동 현장을 한 번만이라도 학습해보는 체험 학습시간이라도 가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총선을 준비하는 수많은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거리에 등장했다. 유권자들은 냉정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노동하는 삶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국민의 대변자를 눈여겨 찾아봐야 할 때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