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뒤 총선이 있다. 21대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다. 2016년의 20대 총선 후 가장 많이 등장한 정치적 요구가 '협치'이다. 각 언론에서는 협치가 민심이고,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그만 싸우고 일 좀 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협치는커녕 아무 일도 못하고 싸움판정치로 막을 내리려고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는 모든 공공기관 중에서 최하위다. 위험수위를 훨씬 넘었다. 국회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경제, 외교, 국방 문제도 국민의 행복도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대 총선은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달콤한 공약과 과장된 열정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할 것이다. 국민이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투표권을 잘못 행사하면 그야말로 '선거는 바보들의 함정'이 된다. 프랑스에서 68운동 당시에 등장했던 슬로건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국민들은 바보가 되고 국가 전체가 함정에 빠지게 된다.

선거는 평가다. 평가는 무엇보다도 과거의 실적에 대한 평가이다. 일차적으로 20대 국회의원의 실적에 대한 평가이다.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였다. 20대 국회의 최대 과제는 국민통합과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정치 청사진을 새롭게 마련하는 헌법개정이었다. 정치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가와 국민생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치의 내비게이션인 헌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헌법상 제도화된 제왕적인 권력 집중이 극한 대립을 초래하고 협상과 타협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일찌감치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년이나 활동했다. 하지만 국회는 개헌을 위한 초안도 작성하지 못했다.

또한 20대 국회는 산적한 현안문제도 거의 해결하지 못하는 불임국회이다. 국회의원과 정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는 합의제기관이므로 20대 국회를 구성한 국회의원 전체의 연대책임이다. 즉 20대 국회의원과 그 국회의원을 공천한 정당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이다. 정치에 실패한 20대 국회의원을 정당이 다시 공천한다면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정당이 공천으로 물갈이를 못하면 국민이 나서서 전반적인 물갈이를 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은 한번이라도 쉬면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위도식하면서 그만큼 웰빙했으면 쉴 때도 됐다.

권력집중적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00% 물갈이를 해도 정치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가 되고, 야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1대 국회도 역시 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어 실패할 것이다. 나쁜 제도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도 정치의 틀인 헌법을 바꾸지 않으면 나쁜 국회의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21대 국회의 최대 과제는 분권형 헌법개정이 될 것이다. 많은 후보자들이 헌법개정을 공약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약을 믿을 수 없다.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공약의 진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예컨대, 1년 내에 분권적 헌법개정을 못하면 국회의원을 사퇴하겠다는 정도의 진정성과 결기를 보여야 한다.

20대 국회의원도 불임국회의 비난을 면하려면 물러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헌법개정 국민발안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다. 국회가 헌법개정을 못하면 주권자인 국민이라도 나서서 헌법개정을 제안하고 국민투표로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심부름꾼인 국회의원이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주인인 국민이라도 나설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야 한다. 최근 한국리서치는 국민의 79%가 헌법국민발안을 위한 개헌을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아무 일도 못한 20대 국회의원들이 절위자(竊位者) 즉 벼슬도둑이라는 비난이라도 면하려면 최소한 국민주도의 헌법개정을 위한 헌법개정이라도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 실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