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하게, 바싹하게 …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마법의 양념장 넣는 '그 집'의 추천메뉴]

 

▲ 구워먹는 소불고기
▲ 구워먹는 소불고기
▲ 끓여먹는 소불고기
▲ 끓여먹는 소불고기

 


●구워먹는·끓여먹는 소불고기
'부평불고기3578'의 대표 음식. 이 집의 소불고기는 1++등급의 알등심을 주문 즉시 '3578 조리법'으로 숙성된 양념장으로 버무린 신선한 생불고기로 제공한다. '구워먹는 소불고기'는 고기 굽는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불 맛을 느낄 수 있는 놋그릇 불판에 고기를 굽고 움푹 팬 테두리에는 대파, 팽이버섯, 당면이 육수에 담겨있다. 적당한 달달함에 간도 세지 않고 담백해서 불고기만 먹어도 물리지 않지만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으면 식감이 달라지는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다. 불고기를 구워 먹은 뒤 고기 육즙과 양념이 졸여진 진한 육수에 밥을 슥슥 비벼 먹으면 어린이나 어르신들도 밥 한 공기를 추가하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끓여먹는 소불고기'는 양념에 재어진 불고기를 샤부샤부처럼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 이 집만의 특별한 메뉴다.

 

▲ 소고기버섯전골
▲ 소고기버섯전골

 

●소고기버섯전골
놋그릇 전골냄비에 갈비탕 육수를 붓고 알등심과 함께 대파, 양파, 콩나물, 당면을 먼저 넣고 끓기 시작하면 표고, 느타리, 팽이버섯과 배추, 청경채를 푸짐하고 보기 좋게 얹는다. 소고기와 다양한 야채가 어우러진 맛과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 고기와 야채를 한 젓가락 집어 고추냉이를 풀어 알싸한 맛을 더한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한층 고급진 맛을 볼 수 있다.

 

▲ 육회탕탕이
▲ 육회탕탕이

 

●육회탕탕이
신선한 한우 치마살이나 삼각살에 산낙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진마늘, 간장, 설탕, 소금, 참기름에 파, 고추를 더해 조물조물 무쳐낸 뒤 참깨 솔솔 뿌리고 달걀 노른자를 올려주면 맛과 함께 비주얼도 높여준다. 꼬물꼬물 힘 좋고 고소한 낙지와 양념으로 살짝 맛을 더한 육회, 아삭한 배의 식감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살아있는 맛을 자랑한다.

 

▲ 육회비빔밥
▲ 갈비탕
▲ 갈비탕

 

 

●육회비빔밥·갈비탕
'부평불고기3578'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사 메뉴. 육회비빔밥은 밥 위에 한우 육회와 배, 상추, 당근, 양파, 고추, 파 등 신선한 야채와 함께 달걀 노른자를 곁들여 특제양념고추장에 비벼 먹는 별미음식이다. 갈비탕은 소갈비를 직접 끓여 우려낸 진하고 구수한 육수에 소갈비 서너점, 송송 썰어 넣은 대파와 팽이버섯을 얹어 준다. 밥을 말아먹어도 좋고 육수만 먹어도 사시사철 보양식이다.

 


 

[불고기 맛 더하는 비법은 주문제작한 '놋그릇']

 

▲ 구워먹기용 놋그릇
▲ 끓여먹기용 놋그릇

 

"불고기는 '불에 구워 먹는 육류 음식'을 뜻하는 말로 고구려 시대의 맥적(貊炙)에서 유래한 뒤 조선시대 궁중요리 '너비아니'를 거쳐 지금의 불고기로 불리게 됐어요. '부평불고기3578'의 '3578'은 사과, 배, 파인애플 3가지 과일과 대파, 양파, 생강, 간장, 설탕 5가지 양념을 넣어 끓인 뒤 1시간 정도 약한 불에서 한약 달이듯 끓여서 체에 걸러 식히고 다시 배, 양파, 마늘 등으로 갖은 양념을 하여 78시간 이상 저온 숙성시킨 양념장을 사용한다는 뜻이지요."

인천 부평구 청천동 쌍용아파트 후문 맞은편에 있는 불고기 요리 전문점 '부평불고기3578'의 이승훈 대표는 "음식점마다 불고기나 갈비의 기본양념 재료와 레시피는 비슷하겠지만 저는 30년 이상 익히고 다져온 궁중요리 전문가의 노하우와 손맛에 정성까지 더해 담은 '3578 양념 조리법'을 고집하고 있어요"라고 강조한다.

이 집에서 쓰는 특별히 주문 제작한 놋그릇은 불고기 맛을 더해주는 비법으로 가게 내부에는 '안성방자유기공방'의 품질보증서도 걸려있다.

"유기그릇이라 불리기도 하는 한국전통그릇인 놋그릇은 열전도율이 좋고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살균작용이 있어요. 불고기 판은 고기에 직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구멍을 뚫어 달라고 주문해서 제작했어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요리 솜씨가 좋은 어머니 옆에서 음식 만들기를 즐겨했다. 20살이 되던 1988년, 서울로 올라와 궁중음식연구원과 서울요리학원에서 궁중음식 인간문화재인 황혜성, 한복려 선생 밑에서 궁중요리를 배웠다.

1992년 경주호텔학교 한식조리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코리아나호텔 한식당을 시작으로 설악 켄싱턴호텔 한식당, 갈비전문점 가든 농장, 이가면옥, 송도 경복궁 본점, 한우명가 등 갈비와 냉면 전문점을 두루 거쳐 2015년 부평아파트 앞에서 '부평불고기 3578'을 개업하며 독립했다.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서 어쩔 수 없이 지난해 4월 이곳으로 옮기게 됐어요. 그런데 승용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옮겼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꾸준히 다시 찾아오셔서 '이집 불고기 맛을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이 대표는 영업시간이면 주방에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정성을 들여 조리하는 요리사로서 4가지 원칙을 지키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저의 원칙은 첫째가 재료는 신선해야 하고, 둘째 음식은 맛있어야 되고, 셋째 직원과 손님은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넷째 주변환경은 늘 청결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지난해 9월 부평구가 선정하는 '부평구 맛집'에 이름을 올렸다. 홀에는 4인석 입식테이블 9개가 있고 룸에는 4인석 좌식테이블 5개가 있어 가족모임이나 단체 회식도 가능하다. 6대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자체 주차장이 있다. 032-525-3578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성악가 베이스 이연성이 찾은 '부평불고기3578']

 


추억의 맛과 함께 하는 … 인천 토박이의 러시아 음악인생

 

 

 

▲ 성악가 베이스 이연성씨가 청천동에 있는 '부평불고기3578'을 찾았다.
▲ 성악가 베이스 이연성씨가 청천동에 있는 '부평불고기3578'을 찾았다.

"러시아 음악은 저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국내 성악가의 길을 걸으려던 제가 1989년 신포동 레코드점에서 우연히 러시아 음악 LP판을 듣고 무작정 러시아로 가야겠다는 도전의식을 키우게 된 것부터 바로 이듬해 한국과 러시아가 외교관계를 맺게 돼서 유학이 가능하게 됐고,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만나게 된 훌륭한 교수들과 동료 음악인들, 무엇보다 당시 볼쇼이 오페라단 단원이었던 류드밀라 남 선생님과의 만남에 이어 귀국한 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주한 러시아대사관과의 인연 등은 운명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인천 출신의 성악가 베이스 이연성씨가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소불고기 전문점으로 유명한 '부평불고기3578'을 찾아 러시아 음악과 자신의 음악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러시아 음악을 전공한 이씨는 만수동에서 태어난 인천 토박이로 송림초, 인하사대부중, 대건고를 나와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오페라와 콘서트 연주자로 석사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재학 시절 글린카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벨라 보체 콩쿠르에서는 영예의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모스크바 국립 스타니슬라브스키 오페라극장과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오페라극장 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2002년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와 각종 음악회와 교류 활동을 통해 러시아 음악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러시아 외무부 장관으로부터 외교 훈장을 받았고 2015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예술 훈장인 '푸시킨 메달'을 국내 음악인으로서는 최초로 수상했다.

"국내로 돌아왔을 때 러시아 유학 선배가 '연성아, 러시아 음악 잊어라. 한국에서 먹히지 않아. 버려야 먹고 살 수 있어'라고 충고를 하는데 너무 서글펐어요. 러시아 음악이 좋아서 혈혈단신으로 러시아에 갔고 힘들게 공부했는데요. 귀국 후에도 노래를 하면 10곡 중 8곡은 러시아 노래를 부르는데 말이죠. 물론 선배의 충고가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했지만요."

이연성씨와 류드밀라 남은 음악적으로는 '사제지간'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누나 동생'사이였다. 둘의 인연은 류드밀라 남이 2007년 4월 사망한 뒤 해마다 이씨가 추모공연을 한국과 러시아 또는 류드밀라 남의 고향인 카자흐스탄에서 열어 오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메조 소프라노 류드밀라 남은 고려인 3세로 동양인 최초로 볼쇼이 극장 단원으로 활동하며 러시아 인민공훈배우로 추대받은 러시아 오페라계의 빛나는 별이지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정부의 초청으로 당시 소련 국적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장회를 가졌는데 무대에서 '우리는 고려인입니다'라며 '고려인'의 존재를 국내에 처음 알렸어요. 1998년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 재학중이던 저를 당시 이인호 러시아주재 한국대사께서 류드밀라 남 독창회에 초대했는데 그때 처음 류드밀라 남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어요. 한국인 유학생들을 애틋하게 보아주시던 선생님이 저에게 음악적 조언과 가르침을 주셨고 종종 자신의 연주회에 저를 게스트로 불러 함께 공연하며 가까워졌지요. 제가 류드밀라 남의 추모공연을 계속하는 이유는 민족의 긍지를 지니고 계신 류드밀라 남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숙명여대와 단국대에 출강하며 후학을 키우고 있는 이씨에게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묻자 선뜻 세 차례 공연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냈다.

"첫 번째가 1999년 12월25일로 1900년대 마지막 성탄절에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에서 주역인 엘리야 역을 맡아 출연했는데 당시 세계 10대 지휘자 중 한 명인 게나디 로제스트벤스키로부터 '폭풍의 베이스'라는 극찬을 받았죠. 두 번째는 2007년 1월30일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주회 하루 전날 급성맹장에 걸려 의사로부터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공연을 위해 뿌리치고 밤새 앓고 나서 한 곡이라도 불러보자며 무대에 올랐는데 예정된 12곡과 앙코르 2곡까지 부른 뒤 사실을 밝히자 관객들이 모두 깜짝 놀랐던 기적 같은 공연이었어요. 마지막으로는 2014년 11월2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 타고 6시간 가면 콤소몰스크라는 도시가 있는데 공연 도중 관객 가운데 있던 아내를 데리고 무대에 올라 프러포즈를 했던 공연을 잊을 수가 없네요."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쓰리 테너(The Three Tenors)'에서 모티브를 따온 'GEROI 3 BASS' 멤버로 200여회의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김대연 독일, 조청연 이탈리아, 이연성 러시아 등 각각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베이스 3명이 모여 만든 팀이다. 이씨는 오는 16일에 부평아트센터에서 국립오페라단과 함께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출연하고 22일 국내 여행사에서 러시아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한 렉처콘서트에서 러시아 이야기와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2월에는 러시아대사관에서 해마다 열고 있는 '외교의 날'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불고기는 어렸을 때 명절이나 아버지 생신 때나 먹었던 귀한 음식이었지요. '부평불고기3578' 불고기는 옛날 맛을 잘 살리고 있어요. 또 이승훈 대표는 저에게 음악을 배우기도 했지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