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80% 인천이 배경… "향토작가" 명성

“지역문단 정체성 회복” 매운 소리도

“고향은 내 문학의 자양분이자 토양”

설가 이원규씨는 최근 인천의 문학단체들이 주최한 세미나에 두어 차례 참석해 인천문학계와 지역문단에 대해 가혹하리 만치 혹독한 비판을 가한 바 있다.

 대부분 인천문단의 병폐를 지적하고 지향점을 제시하는 세미나였는데, 그는 지역문단의 정체성과 작가적 치열성의 부족을 질타하며 문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인천문화 정체성 세우기」를 주제로 한 지난 18일 인천민예총 세미나에서 그는 「인천문학의 제자리 찾아가기」 발제를 통해 현대한국문학 흐름에 다소 뒤쳐진 인천문학의 빈곤성과 위축을 개탄하며 몇가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강조한 점은 인천을 문화 빈곤과 정체성 부족을 빚어낸 불리한 지역적 조건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 서울을 염두에 둔 주변부 의식이나 종속의식에서 벗어나 이 조건을 유리하게 수용해 서울과 밀접한 연계로 지방문학의 질량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문학은 중심도시보다 지방에서 세계적인 작가나 문학으로 발돋움했음을 예로 들며 지역문인들이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날카로운 현실읽기를 통해 문학적 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인천문인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인천문단의 침체는 지리적 숙명성보다 지역문인들의 치열한 작가의식 부재와 자기예술에 대한 절대욕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여 일부 지역문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같은 지역문단에 대한 주문은 그가 전에는 공식적으로 별로 제기하지 않았던 태도다. 인천문인협회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아웃사이더라 할 정도로 단체와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작가로서 소설쓰기에만 몰두해 왔다. 그가 다른 작가들과 달리 별로 사회적인 발언이나 활동이 적었던데 비춰 보면 이같은 신랄한 비판은 인천문화예술계의 침체, 특히 문학활동의 위축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지리적 주변성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예술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태주의를 인천문화예술계 발전을 막는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씨는 그가 지역문단에 주장했던 것만큼 현대사에서 수난이 많았던 인천이 겪은 상처나 수난을 문학적 응전력으로 형상화해온 작가로 꼽힌다.

 이씨는 한국현대문학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소설가로서 위치를 찾았으나 중앙문단과 비평계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지역성을 강조하는 소설가로 평가하고 있다. 작가로서 인천이란 지역을 토대로 역사, 사회와 개인의 삶과의 상관관계나 개인의 삶을 인간보편적인 문제나 본질문제로까지 탐구해 형상화하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해왔다는 평을 받았다.

 그 예로 그가 문단에 나와 발표한 소설중에서 인천을 제재로 택한 소설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천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그 스스로 『한국 근ㆍ현대사에서 역사의 상처나 고통이 심했고 삶의 다양성을 갖춘 도시에서 이 지역을 깊이 천착해 형상화했던 작품이 적었고 내가 이를 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은 작가로서 현대 한국문학의 공간적 지평을 넓히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을 만큼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작가로서 인천에 몰두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부친이 향토사학자 이훈익옹(84ㆍ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장)이란 점 외에도 조상 대대로 600년을 살아왔을 정도로 인천에서는 드문 토종 토박이란 점이 작용한다.

 그는 『부친이 개항 이전의 지역사 밝히기에 노력했다면 나는 개항 이후 한국현대사를 연구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라며 그의 문학적 토양이 인천이란 지역임을 강조했다.

 그가 90년도 발표한 「황해」는 40년대 인천을 무대로 가진 자의 수탈에 의해 인천으로 내몰린 하층민들이 노동운동가로 각성한 과정을 그린 강경애의 「인간문제」나 일제때 인천부두를 배경으로 뿌리뽑힌 하층민의 삶을 다룬 현덕의 「남생이」처럼 인천을 배경으로 한 문학적 깊이와 무게가 있는 소설로 꼽힌다.

 민족문학작가회의나 민예총 등 비판정신이 강한 문인단체들이 뒤늦게 출발하고 문화나 문학계에서 힘을 갖고 있지 못할 정도로 우파적 기질이 비교적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문단에서 그는 역사에서 책임 있는 작가로 남기 위해 작품쓰기에 매달리고 있다.

 이씨가 작가로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훈장과 굴레」다. 86년 2월 현대문학 창간 30주년 기념 장편소설공모에서 당선된 이 작품은 그가 본격적인 소설가로서 길을 걷게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대학(동국대)때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몇차례 현상공모에 도전해봤다 최종심에서 여러번 낙선하면서 글쓰기를 포기, 10년간 절필했으나 안쓰면 죽을 것 같은 문학병이 도져 8개월동안 자기 불사르기를 각오하고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등단시기는 이보다 2년 앞선 84년 8월. 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 「겨울 무지개<&27854>가 당선됐는데, 37세때로 비교적 늦깎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장편으로 「훈장과 굴레」외에 인천을 배경으로 한국현대사에서 개인의 삶과 역사, 사회와의 상관계를 깊이있게 천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황해」가 있으며 대하소설 「누가 이땅에 없다 하랴」 1편, 중단편 43편을 갖고 있다. 88년 덕적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침묵의 섬」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고 90년 황해로 「박영준문학상」을 받았다.

 올해 들어 1년간 월간문학에 연재했던 장편 「광야에 지다」가 이달 탈고돼 내년 봄 출간 예정이다.

 그는 소설쓰기 외에 4년전 동국대를 시작으로 현재 인하대 사회교육원, 새얼문화재단 등 세 곳에 출강하며 소설창작을 지도하고 있다. 올해 초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최인호씨, 경인일보에 당선된 박정란씨 등이 그로부터 문장수업을 받은 문하생들. 「광야에 지다」 출간작업까지 끝내면 개항사를 다룬 작품에 본격 매달릴 예정이다.

 그는 『개항사를 다룬 소설은 2권짜리 장편을 구상중이다』며 『대학이나 창작교실 출강을 줄이고 본격적으로 개항사 소설에 온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ㆍ구준회기자〉 jhkoo@inchonnews.co.kr

〈사진ㆍ안영우기자〉 anyow@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