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학 미래 찾아 헤맨 '20년 여정'
▲ 인천작가회의, 다인아트, 280쪽, 1만원

창간 20주년을 맞는 인천작가회의의 문예계간지 <작가들> 겨울호(통권 71호)가 나왔다. 이번호 특집 주제는 '<작가들> 20년, 지역문학의 길을 찾다'이다.

직전 호까지 <작가들> 편집주간을 역임한 이설야 시인과 이번 겨울호의 책임편집 이재용 평론가의 글을 통해 '지역문학의 길'을 탐색하고자 노력해온 <작가들>의 여정을 만나볼 수 있다.

이설야는 <작가들>의 20년 역사를 시기별, 주제별 다양한 측면에서 세세히 정리한다. 인천을 지역문학의 거점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작가들>이 어떻게 연대의 접점을 확장하고 새로운 의제들을 창안하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재용은 이러한 인천문학·지역문학의 토대를 어떻게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지역문학에 대한 믿음을 '헛수고'라며 냉소하는 시류에 저항하면서, 지역문학의 단단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도약의 가능성을 도모한다.

'담·담·담'에서는 오랜 시간 인천문학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문학평론가 최원식의 특별강연을 담았다. 주제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인천문학의 어제와 오늘'이다.

현덕, 함세덕, 한남철 세 작가를 통과하면서, 최원식은 근대 인천문학을 "근대 인천의 성장을 상징하는 어린이 이야기, 즉 소년문학"으로 정의한다.

앞으로의 인천문학은 "저 소년들이 성장하여 세상과 부딪히는 청년의 이야기인 청년문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동시에 '청년'이라는 기표 아래 은폐되어온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존재를 조명하며 '남성중심주의를 해체하는 신청년'을 구상해야 한다는 현재적 진단도 잊지 않는다. 오늘날 지역문학을 고민하는 이들이 귀 기울여야 할 전언들로 가득하다.

서영채의 '인문학 개념정원'이 다루는 개념은 '시민사회'다. '르포'에서 장한섬은 인현동 화재참사를 다루며 '국민'의 자리에 포함되지 못한 재난과 죽음을 조명한다.

'민중구술'에서는 인천육군조병창으로 강제동원된 최덕원씨, 국민방위군으로 조직되었던 강순봉씨의 구술을 이상의, 강재철 교수가 각각 정리했다.

'시선'에서 유동현 작가는 폐허가 되어버린 인천의 철거 현장들을 담았다. 창작란은 여느 때보다 풍성하다.
송찬호, 최성민, 손병걸, 박송이, 이병국, 옥효정, 김분홍, 장정욱의 시를 비롯하여 홍인기, 한정현의 소설과 김륭, 박해경의 동시와 박수진의 동화를 만나볼 수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