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쫄면과 마찬가지로 닭강정도 인천이 '최초'인 먹거리다. 신포시장이 닭강정의 원산지다. 해방 직후 미군정청은 유통 관리를 위해 신포시장을 야채 등 식품거래시장으로 지정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자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이전부터 신포시장에는 뱃길을 통해 충청도산 산물이 많이 들어왔다. 미군정청의 조치로 신포시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사람과 물자가 흥청대던 이 무렵에 탄생한 것이 닭강정이라고 한다. ▶닭강정의 이름도 명절음식인 콩강정, 깨강정 등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물엿을 많이 써 단맛을 내고 튀김을 단단하게 굳히는 조리법이 닮아서다. 식으면 물러지는 그냥 닭튀김과 달리 식어도 바삭바삭하고 맛이 난다. 어느 해 여름 속초의 한 유명 닭강정집에서 길게 줄을 서 본 적이 있다. 닭강정의 고향, 신포시장에서도 어느 가게 앞에는 늘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 퇴근 후 귀갓길에 아이들을 위해 그 긴 줄을 참고 서 있는 가장들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 다른 닭강정 가게에서는 "어차피 맛은 똑같으니 빨리 사가라"고 했다. 실제로 인천 토박이들은 "뭐 그렇게까지야" 하는 표정들이다. 그런데 요즘들어서는 신포시장의 그 닭강정 줄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리됐는지는 모르지만. ▶지난 연말 성탄절 연휴를 전후해 '33만원 닭강정 사건'이 온라인을 달궜다. 성남의 한 닭강정집에 33만원어치의 주문이 들어왔다. '그 집 아들이 시켰다고 하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막상 배달을 가니 아니라고 했다.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 아이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황당해진 가게 주인이 온라인에 억울한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곧 '학교폭력 사건'으로 비화돼 급속히 펴져나갔다. 피해자가 20세라 해서 졸업 후에도 학교폭력이 이어진 것 아니냐는 공분까지 샀다. 한 공영방송이 확인없이 중계해 파장을 키워나갔다. ▶닭강정 사건은 이후 반전을 거듭했다. 학폭이 아닌 대출사기단의 앙심성 보복이었다고 한다.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대출을 받게 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사기단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것이다. 성남 닭강정 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리현상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첫째가 이제는 시한폭탄이 된 가짜뉴스 문제다. 그 방송은 이후 사과라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 둘째는,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만연해 있는 학교폭력 문제다. 솥뚜껑 보고 놀란 토끼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공포심리다. 그 셋째는 청년파산 문제다. 변변한 알바 자리로 못 찾게 된 우리 청년들이 이제는 대출사기단을 기웃거리는 지경에까지 내몰린 것이다.

 

정기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