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천시 소사지역으로 이사 온 주민 A(55)씨는 이사 다음날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주민지원센터(동사무소)를 찾았으나 등록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해서 2㎞ 떨어진 행정복지센터(광역동)를 다시 찾아가 접수했다. 다음날엔 불필요한 가구 등 폐기물을 신고하기 위해 주민지원센터를 찾았으나 또 처리가 안 돼 다시 행정복지센터까지 가야 하는 이중고를 당했다.

부천시가 지난해 7월부터 행정조직을 광역동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전의 36개 동주민센터에서 하던 업무 중에 주민등록 전입, 인감 신규등록이나 변경 업무, 폐기물 신고 등은 10개 광역동에서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36곳에서 하던 것을 10곳으로 줄였으니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일부 지역은 광역동까지 가는데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고 호소한다. 어르신 등 교통약자에게는 여간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부천시는 광역동 시행을 앞두고 주민지원센터엔 최소 인원을 두고 나머지 여유 인원 90여 명을 돌봄서비스 등 주민을 위한 생활 지원과 현장 행정 분야로 전환 배치해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시민이 더 편리하게 누리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장 행정 강화로 인해 오히려 다른 시민들이 불편을 당해야 하므로 공평하지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행정구역을 개편하면 더 편리해야 하는데 불편하게 하는 게 주민을 위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한다.

광역동 전환으로 인한 불편은 방역·방재 업무에서도 드러난다. 광역동 시행 전에는 마을방역단에서 주민센터의 방역차량을 이용해 처리했으나 이제는 차량을 광역동에서 운영하게 되니 방역단원이 광역동에 가서 결재 후에 차량을 마을로 가져와 사용하고 오후 6시까지 반납해야 한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겨울철에 폭설이라도 내리면 신속한 대처가 이뤄질지 더 큰 걱정이다.

광역동 전환은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2월 공고한 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선거비용 제한액을 보면 부천 원미구갑 지역구가 1억430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부천시 4개 선거구 평균은 1억5400만원으로 전국 평균 1억8180여만원보다 15%나 낮다. 광역동으로 인해 법정동이 10개로 줄어 읍·면·동 수에 따라 산정하는 액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부천시의회 김환석 의원은 "현장 민원업무는 광역동 시행 전인 주민센터 시스템대로 시행하면 되는데 오히려 후퇴한 행정이다"며 "행정은 주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천시는 광역동 시행과 함께 계속 현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문제점과 개선점을 체크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시행 6개월이 넘었으므로 시민 모두가 편리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조선 최고의 개혁 군주 정조대왕이 위민(爲民)을 강조하며 중시했던 주역의 글을 소개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즉 '어떤 일이 막히면 변하라. 변화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김진원 경기서부취재본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