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불란서 댄서들은 하이힐에 올라야 비로소
태어나지
발끝을 모으지
분란은 구두 속에도 있고
탁아소에도 있고 어쩌면
내리는 눈의 결정 속에서도 자라고

오후 세 시에는 캉캉이 없다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려면 쓸데없는 말들이 필요해요
식탁 아래서 발을 흔들고
유쾌해졌지 아무 것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몰래 휘파람 부는 것 같아서
뉴스를 튼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가십을 만들죠
상반신만 보이는 아나운서의 팔을 믿으며
캉캉은 감춰지는 중
양말 속에 주머니 속에
불란서 댄서들의 스포티한
팬티 속에
빨간 주름치마가 되어
덤블링이 되어
지구가 돌아간다

구세군 냄비에 눈이 쌓이고 내년에는
내년의 근심이 기다리겠지 고향이 어디입니까 묻는다면
제왕절개 했습니다 답하겠지 아무 것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은 캉캉
발끝을 들어올릴 때마다
불거지는 중

최인호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최인호의 '캉캉'이다. 시의 의미는 차치하고라도 '캉캉'이라니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젊은 시선으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거짓과 참의 경계에서 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우리들의 어두운 뒷모습에 대한, 그리고 앞면과 뒷면들. 내면과 표면의 이율배반적인 삶의 이중성에 대해 '캉캉'이 '컹컹'… 예리한 조롱이어도 좋을 풍자와 해학의 시 한편. '캉캉'. 생각이 많은 새해 아침이다.

/주병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