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인간이 고래 생태에 미치는 영향 등 규명 예정

국내 최초로 10m 이상 대형고래의 부검이 제주에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제주대와 서울대, 인하대, 한양대, 충남대, 세계자연기금(WWF) 등 고래 관련 전문가 30여 명이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고래 부검에 돌입했다.

10m 이상 대형고래 부검은 국내에서 이번이 최초다.

이 고래는 지난달 22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40㎞ 해상에서 여수 선적 외끌이 저인망 어선 H호가 발견했다.

당초 밍크고래로 추정됐지만, DNA 조사 결과 참고래로 최종 확인됐다.

이 고래는 암컷으로 길이 12.6m, 무게는 약 12t이다.

아파트 4층 높이의 대형고래지만 20m 이상까지 자라는 참고래치고는 작은 크기로, 전문가들은 어린 고래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2004년 여름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 해안에서 길이 14m에 달하는 브라이드고래 사체가 발견됐지만, 살점이 다 떨어졌을 만큼 부패 정도가 심해 자세한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해당 고래는 골격 표본으로 제작돼 제주시 민속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번 부검은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감염 여부를 비롯해 인간 생활이 고래류 생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밝히기 위한 잔류성 유기화학 물질 분석,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해양쓰레기 잔류 여부 등 다양한 분야로 진행된다.

부검은 육안 확인을 시작으로 복강을 제거해 가스를 빼낸 뒤 절개 부분을 결정한다. 이후 지방과 견갑골을 제거하고 장기 적체가 이뤄진다.

부검 진행 이후 남은 사체는 전남 장흥에 있는 의료폐기물 전문 소각장으로 옮겨져 폐기처분 될 예정이다. 남은 골격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골격 표본으로 제작된다.

세계자연기금 관계자는 "고래는 일반적으로 질병과 기생충 감염 등으로 사망하지만 최근엔 기후변화로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부검이 국내 대형고래 보전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