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춘 인천시장이 새해 시정 포부를 밝히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한 해 동안 탈도 많았지만, 한 일도 많았다"는 박남춘 인천시장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지난달 26일 인천시청 공감회의실에서 만난 박 시장은 전날 월미바다열차를 둘러본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월미은하레일'로 출발해 10년 넘게 표류했던 월미바다열차는 지난해 10월8일 마침내 개통했다. 박 시장은 "월미바다열차가 매진됐다고 해서 가보니 전국 각지에서 온 탑승객들이 있었다. 인근 차이나타운에도 활기가 도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해묵은 현안들의 실타래를 푼 한 해였지만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인천시는 바람 잘 날 없었다. 박 시장은 "수돗물 사고는 도시의 기본을 다지지 않으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기본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경자년 새해, 박 시장이 만들고 싶은 인천은 '기본이 튼튼한 도시'다.

박 시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국가적으로 묵은 문제들부터 정리했다"고 말했다. 원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주한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키워드가 그의 수첩에 적혔다.

2018년 7월 인천시장으로 취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월미바다열차뿐 아니라 20년 가까이 배다리 지역에서 갈등이 불거진 중구~동구 연결도로, 군부대 이전,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 등의 현안이 목록에 담겼다. 박 시장은 "해묵은 문제부터 어떻게든 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들 중 몇 가지를 해결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흔들림 없이 하나하나 정리해갈 것"이라는 그의 앞에는 당장 수도권매립지 종료, 대체 매립장 확보라는 과제가 놓였다.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를 선언했지만, 대체 매립지 조성 협의는 진척이 없다
-국가적으로 폐기물 정책의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소각장 확충 등으로 직매립량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합의되지 않았다.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대로라면 서울시·경기도가 자체 매립장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 폐기물을 묻을 데가 없다면 소각장부터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수도권 3개 시·도만 모이면 폐기물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환경부를 포함한 4자가 모여 시범적으로 국가 차원의 폐기물 정책을 끌고 가보자는 게 내 주장이다.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또 연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수도권매립지 정책은 '무조건 닫자'는 방식이었다. 이런 식의 논의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 배출부터 재활용 확대, 친환경 소각 등 자원순환 정책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인천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원순환 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 대체 매립지 조성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체 매립지를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소각장을 비롯해 온갖 민원이 집중될 텐데
-기본적으로 합의된 계획에 의해서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물론 환경기초시설 입지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사회와 시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한 숙의를 통해 자원순환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

#수돗물 사고 이후 도시 기본을 강조하는 반면, 눈에 띄는 사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확장하고 뭔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내실을 채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하반기 송도 투모로우시티에서 스타트업·벤처 기업을 육성하는 '스타트업·벤처 폴리스, 품'이 문을 연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파크 공모에서 다들 대전이 선정될 거라고 했는데,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도 인천 제조업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다. 송도 바이오헬스 밸리나 영종도 복합리조트만 봐도 정말 큰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0년대 인천 행정의 키워드는 '재정건전화'였다. 선거 때마다 '빚'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에만 빚을 5000억원 갚았다. 지난 민선6기 기준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일을 했다. 채무비율도 16.6%로 다른 시·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재정 상태가 굉장히 좋아졌지만 자랑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잠재적 부채 때문이다. 법정 적립금이나 인천대 지원 협약, 인천도시공사 자산 출자 등 공식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잠재적인 재정 부담을 지금도 정리하고 있다. 단순히 채무비율만 놓고 보면 예산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건전해졌다고 자랑만 해선 안 된다. 재정적으로는 아직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도시 성장을 위해선 경기부양책도 필요할 텐데
해야 할 일은 하면서 불필요한 데 돈을 쓰지 않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인천의 자원을 활용한 사업들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에는 정부 공모도 될 만한 것들은 다 됐다. 다들 대전이 유력하다고 했던 스타트업 파크도 그렇고, 국가 드론인증센터 유치도 확정됐다. 국제관광도시 선정도 이제 인천과 부산, 둘로 압축됐다. 그동안 인천은 관광 불모지였지만 굉장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본다.

#균형발전 정책의 대표 사업인 내항 재생은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내항 재생은 처음부터 고밀도로 개발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100% 실패라고 봤다. 개항장은 내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그게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상상플랫폼도 시민 뜻을 모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항 1·8부두도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인천도시공사·인천항만공사와 논의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해양수산 관련 연구단지를 불러들여서 거점 시설로 만들려고 한다. 다만 내항에 광장은 꼭 조성하고 싶다. 개항장에서 도보로 바닷가를 오가고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얼마나 좋겠느냐. 내항 1·8부두에 광장만 생겨도 시민 체감도가 높아질 거라고 본다. 내항은 거점 시설 위주로 서서히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해 시정 목표를 꼽는다면
올해는 기본을 튼튼히 세우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장기미집행 공원·도로를 본격 착공하고, 수돗물이나 쓰레기 문제도 재정립하고 싶다. 별로 빛이 나지 않고 공무원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업무포털 혁신도 이런 목표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영종도 장발장 부자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는데, 기본을 튼튼히 하려면 복지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 할 일이 더욱 많다고 본다. 임기 초반부터 연구에 나섰던 인천 복지기준선 설정 사업이 올해 완료된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적극 시행하려고 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