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부패엄단 초석 되길

 

▲ 올빼미(鳥)를 나무(木)에 매어 놓아(梟효) 부패를 방지하자고 외치자(嚆효). /그림=소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2020년 경자庚子년 쥐띠 새해가 밝았다. 庚子는 60甲子 중에서 서른일곱째에 해당된다. 땅에는 12가지 기운이 있고 이를 지키는 신들이 있다. 쥐()는 첫자리를 차지하며 시간과 방위를 주관하는데 부지런하고 영특하여 풍요豐饒와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누구나 새해가 시작되는 때에는 강한 집념의 눈빛을 띠게 되는데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를 방불케 한다. 효시嚆矢란 끝이 빈 깍지를 달아 쏘는 우는 화살이다. 상대를 위압하며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화살이란 뜻으로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나온 맨 처음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효시효시(梟示嚆矢) 올빼미를 잡아 매달아 두는 일을 처음으로 시작하다. 예전에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하는 새라고 여겼다. 이것이 확대되어 불효자나 흉악한 죄인의 목을 베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매달아 두는 일을 효시梟示라고 한다. 어둠을 지배하는 올빼미는 권력자나 영웅을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들이 맞는 최후의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효 [올빼미 / 영웅 / 목을 베어 매달다]

①새(鳥조.생략형)와 나무(木목)가 만나 이루어진 글자다.

②올빼미(鳥)를 나무(木)에 잡아맨 모양으로 죄인의 목을 잘라 걸어두는 것이다.

③다리를 늘어뜨린 채로(交교) 밧줄(사)로 목을 맨 모습을 뜻하는 絞(목맬 교)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시 [보이다 / 가르치다 / 토지신]

①示/(시)는 고기 올린 제단()에서 피나 술이 떨어지는(八) 모습이다.

②示/는 제물(一)을 쌓은 제단(不)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신神이 보는 것이고, 그 자체로 神이라는 뜻이 있다.


효 [울리다 / 외치다]

①高(높을 고)는 망루를 본뜬 글자다. 높이 쌓은 지붕(두)과 2층 성곽(口) 그리고 출입문(口)을 표현했다.

②가을걷이 후 볏단(초)을 높이(高) 쌓는 것을 蒿(볏짚 고)라 하는데, 이때 노동요를 부르면서 크게 외치는(口구) 소리가 嚆(울릴 효)다.


시 [화살 / 산가지]

①矢(시)는 화살을 그렸다. 화살촉과 화살대와 꼬리가 보인다.

②矢는 사람(大)이 활을 겨누고(丿))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③화살 재료인 대나무(竹죽)를 더해 (시)로 쓸 수도 있다.



공수처 설치법이 어렵게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하였으니 이를 시행하기 위하여 첫 화살을 날린 셈이다.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이념인 견제와 균형의 효시嚆矢가 되기를 바란다. 법 앞에서는 차별 없이 모두가 공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고위공직자들이 부패와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들의 머리를 베어 높은 나무에 매달아야 할(梟示효시)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