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수도혁신위원회가 인천시민을 위한 단기, 중·장기 혁신방안을 제시하며 임무를 완료했다. 인천시민들은 지난해 5월 말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로 엄청난 마음고생을 했다. 다시 일어나야 했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 아래 수돗물 서비스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그 시작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시민 대표와 시민단체의 혁신위원 참여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매주 회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공감대를 이루어나갔다. 매번 회의 시간은 계획된 2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을 넘기기가 일쑤였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5명의 혁신위원들이 수돗물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었다. 활동하는 지역도 인천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지역에 걸쳐 있어 심지어 회의 날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인천상수도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와 실무부서 담당자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공감하는 사안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각 부서의 업무내용은 선진국이나 타 도시와 비교하면서 혁신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수돗물 사고지역인 공촌정수장과 실제 붉은 수돗물이 지속된다는 서구지역을 방문해 위원들이 직접 수돗물을 음용하면서 어떤 근본적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했다. 혁신위원 간의 눈높이도 점차 공감대를 형성했다.

 

만남의 횟수가 증가하면서 서로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높아졌다.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 위주로 단기혁신방안이 도출됐다. 이러한 과정 중에도 혁신위원회를 바라보는 주민들과 언론의 시선은 따가웠다. 조속한 시일 내 혁신위원회가 그동안의 관성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혁신방안을 도출해 주기를 바랐다. 위원회가 시작된 지 두 달 후 기자회견을 통해 단기 혁신방안이 제시됐다. 차가웠던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눈길이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인천상수도혁신위원회가 어떠한 활동과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하는지를 눈여겨봤던 전국의 상수도 관련 기관들과 전문가들도 크게 공감을 표하며 우리나라의 수돗물 서비스의 혁신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단기 혁신방안으로 총 7개 과제가 제시됐다. 수돗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시민들에게 가감없이 공개하고, 워터코디와 워터닥터 제도를 도입해 대시민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불신으로 이끈 상수도 조직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 우수인력이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상수도 사업본부 조직과 체계를 과감히 바꾸도록 했다.

위원들 간의 이견이 있던 과제들은 난상토론을 거쳐 4개의 중기 혁신과제와 2개의 장기 혁신과제로 제시됐다. 전국 최초의 부식성 지수(LI 지수)를 수돗물 관리항목으로 도입하고, 요금 및 공급체계도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보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혁신위원회를 대치할 수 있는 조직을 제도화하도록 한 것이다.

인천시의회의 조례 제정을 통해 '인천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거버넌스 위원회'로 출발할 민관협력 조직은 전국 최초의 수돗물 거버넌스 조직으로서 혁신위원회에서 제시된 각종 혁신과제들이 제대로 수행해 나가도록 모니터링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

혁신을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관행이나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하고, 또한 각고의 노력도 필요하다. 아픔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은 이러한 노력을 이미 시작했고, 내년이 혁신 수돗물 원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인천시민들과 인천시, 시민단체, 언론,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역할의 중심은 전국 최초의 수돗물 거버넌스 조직인 '인천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거버넌스 위원회'가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형태의 아픔을 겪는다. 그 아픔이 새로운 탄생을 위한 진통이라면 우리의 미래도 조금씩 밝아질 것이다. 인천이 붉은 수돗물의 오명을 벗고 국제도시에 걸맞는 수돗물 서비스가 완성되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인천시상수도혁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