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측 상승압력 낮고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하락 등 영향
통계청 "내년엔 올해보다 높을 것…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 안 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의 둔화에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았고,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다만 12월 상승률은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통계청이 1965년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전 최저 기록은 2015년의 0.7%다. 당시는 저유가와 경기 부진이 겹친 게 주된 영향이었다.

이외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을 포함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0%대를 기록한 적은 모두 세 차례다.

연간 지수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석유류가 -5.7%를 나타내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 내렸다.

농·축·수산물도 -1.7%를 기록,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2018년에 각각 6.8%, 3.7% 상승한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 올해는 크게 낮아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도 낮은 수준이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9% 상승했다. 이는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역시 1999년(-0.2%) 이후 최저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1% 떨어졌다. 2014년(-9.3%)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1995년 집계 이래 최저다.

다만 월간 상승률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사상 첫 마이너스(-)인 -0.4%에서 10월 보합, 11월 0.2%에 이어 이달에는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12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9% 상승했다.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기로 구분해 보면 상반기 0.6%, 하반기 0.2%였다.

이두원 과장은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류 하락의 기저 효과 등이 사라진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