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미·유창호 '비워진 제단'전
▲ 서은미 작 '동일방직 기숙사'. /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

인천의 중견 사진작가 서은미와 유창호의 공동 전시회 '비워진 제단(祭壇)'전이 30일까지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이어진다.

두 작가는 중구 화수동의 일제강점기 시절 도쿄시바우라 제작소로 시작하여 2014년 말 공장 가동을 멈춘 일진전기와 동구 만석동에 있는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인 동일방직, 그리고 인천 내항의 81호 창고를 31점의 사진 작품에 담아 100년이 넘은 인천영상위원회 건물에서 소개한다.

장소란 어원상 제단(祭壇) 그리고 그 제단을 인지하고 있는 곳을 의미한다. 지금은 그런 의미보다는 '그때 무엇인가 일어나는 곳'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두 작가들이 찾아간 장소들은 공간으로서 존재되어진 곳이었지만 기능이 다하고 비워지게 되면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우리의 인지 속에 다가오기 시작한 장소들이다. 이 장소들은 도시화에 힘입어 자본의 이동에 따라 생겨난 공간이거나, 생산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생겨난 곳들이다.

두 작가는 시간의 속성이 강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들여다보고 있다.

서은미 작가는 "생명이 다하고 비워진 공간이 된 공장을 제단으로 보고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거론되지 않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공교롭게 전시를 시직한 뒤 일진전기는 LH에서 아파트를 지으려 사들인다 하고 내항의 '상상플랫폼'은 CJ CGV가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