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마귀.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과거에는 겨울이 되어야 볼 수 있었던 까마귀가 인천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는 한자로 조(鳥)라고 쓰는데 까마귀는 온 몸이 검고 눈도 검다보니 멀리서 보면 눈이 잘 구별되지 않아 눈에 해당하는 한 획을 뺀 오(烏)라고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적으로 까마귀과에는 까마귀, 까치, 물까치, 어치 등 120여 종의 조류가 기록되어 있으며 그 중 까마귀는 40여 종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까마귀, 큰부리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큰까마귀 등 5종이 알려져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그리고 호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 까마귀가 분포하고 있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새 중에 하나이다.

동양권에서 까마귀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까치와 함께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오작교를 만들어 주었지만 까치만 칭찬을 듣는 듯하다. 늙어서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어미새를 자식 까마귀가 공양한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 이야기는 각박해지는 인간 세상에 교훈을 주고 있다. 삼국시대의 벽화에서 볼 수 있는 삼족오 이야기를 보면 까마귀가 부정적인 이미지의 새가 아니고 과거에는 숭상하던 새라고 보인다.

반면에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사람이 사망했거나 앞으로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암시의 도구로 활용하다 보니 까마귀는 죽음을 부른다거나 음산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새로 인식하는 게 아닐까? 게다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63년에 발표한 유명한 영화 '새(The Birds)'를 보신 분이라면 갈매기와 함께 사람을 공격하는 까마귀의 공포도 같이 떠올리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까마귀를 모아 놓은 것 같은 형편없는 병사를 이르는 말로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도 있지만 최근 까마귀가 너무 많이 모여 인간과의 갈등이 생기는 곳이 있다. 수원시의 한 지역에는 3년 전부터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큰 무리를 이뤄 겨울을 나고 있어 소음과 분변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지난달에는 군산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수의 떼까마귀가 월동하는 울산시는 태화강변의 까마귀 군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의 경우 태화강변의 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하고 낮이면 주변의 넓은 농경지로 분산해 생활하고 있어 주택가의 전기줄에 앉아 잠을 자는 수원시와는 달리 심각한 피해는 없는 듯 하다. 일본에서 까마귀 소리 2000개 이상을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40여 가지의 의미를 구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우리 귀에는 까악까악 등 그저 비슷한 소리로 들리지만 음의 고저와 장단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매듭을 풀어서 먹이를 꺼내 먹을 수 있는 능력과 도형을 구분할 수 있는 인지능력, 그리고 학습한 모형을 1년이 넘게 오랫동안 기억하는 능력이 확인되었다고 하니 이제는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면서 건망증이 심한 친구를 놀리는 일은 그만해야겠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