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40대 여성으로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고 자신의 행동, 외모, 능력, 지나간 일에도 모두 평가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자신에 대한 평가나 기대는 아주 높아서 비합리적인 사고로 터무니 없는 기대로 자신에게 잣대를 갖다 댄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결점, 못한 점, 실수한 것 들을 모두 적어두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에게도 엄격하게 대하다보니 사람들이 있어도 강한 통제나 훈육을 하다보면 아이가 때론 강하게 저항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러지 하고 후회하곤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될수록 아이는 엄마를 외면하고 회피한다.

"난 교육도 받고 공부도 할 만큼 하고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고, 결혼해서 남편, 아이도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그런데 저는 왜 자꾸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되면서 결국 열등감에 시달리죠?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잘못한 것은 아닌지, 주변에 다른 사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반면에 저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진짜 모습을 알면 아마도 실망하고 저를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사람관계도 저의 진짜 모습을 안 보여주기 위해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면 저는 멀리하죠."

마음속 비판자의 목소리는 아주 깊이 스며들어 자신의 일부분이 되어있다. 자신을 비난하는 생각이나 목소리를 들을 때 의식적으로 알 수도 있지만 습관처럼 작동되어 잘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것은 전형적으로 낮은 자존감이며 자신에게 비난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들이다. 종종 자신의 목소리인 것처럼 무엇이 맞고 틀리고,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고, 무엇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 같지만 그 말의 주인은 따로 있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다른 누군가의 소리를 내 것으로 받아들여 내 것인 양 자동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잦은 비난과 거부를 자신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이런 부정적인 대사는 마음속의 파괴자로 스스로를 벌주고 처벌하는 원수로 활동하는데 우울과 죄책감, 수치심 내면의 갈등을 일으키게 해 마음을 불안으로 괴롭힌다.

마음속 비판자를 알기 위해서는 첫째 부모가 나에게 종종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나에게 부모가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랬는지, 왜 그렇게 강하게 원했는지, 그런 바람이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두 번째는 나도 모르게 자신을 비난하고 판단하는 목소리를 의식화하고 바깥으로 꺼내서 직면하는 것이다. 늘 요구하고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부모의 가치에 따른 목소리가 나의 일부분으로 들어와 내 것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힘이 있고 자신이 성인으로 자랐다면 자신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 비판자의 소리를 되받아서 더 크게 반박해보는 것이다. 대신 지지의 언어나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리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자기애성이나 자기도취적인)가 채워주지 못한 욕구들을 지금에 와서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 나"임을 수용하고 안아주자.

/김혜숙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