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대 금지 유예 등 법 위배"
시 '재의 요구' 수순…임시회 시급
현행법 테두리를 벗어나 계약 기간을 최소 2029년까지 연장하고, 전대 금지 등을 대폭 유예하는 방향으로 인천시의회가 손질한 지하도상가 조례가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개정 조례는 법에 어긋난다"는 견해를 밝히자 인천시는 '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개정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에 대해 법률 자문과 행정안전부 유권 해석 등을 거쳐 이달 안으로 재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시는 지난 17일 행안부와의 협의에서 "개정 조례가 상위법령에 위배된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조례가 현행법대로 민간 재위탁, 전대와 양도·양수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임차인 보호 대책으로 부칙에 넣은 조항이 문제시됐다.

당초 시는 행안부를 설득해 계약 잔여 기간이 5년 이하인 상가는 2024년 말까지 연장하고, 전대와 양도·양수 금지는 2년간 유예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계약 기간을 최소 2029년까지 연장하면서 전대 등의 금지 유예 기간을 5년으로 늘렸다. 건교위 수정안은 지난 13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하도상가 조례가 12년 만에 개정됐지만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하도상가 측은 재의가 부당하다며 23일 행안부 항의 방문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현행법에 어긋난 조례에 대한 행안부나 시의 '재의 요구'는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2월2일자로 계약이 만료되는 인현지하도상가는 시가 부칙에 담으려고 했던 보호 대책도 적용받지 못한 채 무단 점유에 따른 퇴거 통보가 내려질 전망이다. 행정대집행이라는 혼란을 피하려면 1월 중 '원포인트 임시회'를 여는 방법밖에 없다.

점포 수가 3579개로 전국 최다 규모인 인천 지하도상가는 그동안 위법 조례에 기대 기형적 구조로 운영됐다. 기존 조례가 허용했던 민간 재위탁과 전대, 양도·양수 등은 모두 법 위반이다. 시가 올 초 민간 재위탁 3319개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외지인이 26%에 이르는 임차인들은 전대를 통해 사용료의 400~1200%를 임대 수익으로 올렸다. 감사원은 "전대 및 임차권 양도·양수 등을 통해 연간 459억7514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