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들, 농사 꺼리는 청년 보고
쉽고 즐거운 '우주농업' 스타트업 세워
흙 없이 영양액으로 키우는 '수경재배'
인위적 환경서 생산 자동화 '식물공장'
우주환경서 식물 키우는 법 연구 개발
옥상 간이온실서 '채소 수확체험' 운영
방탈출 등 게임·음악 결합 교육활동도
▲ 스페이스 젤리 내부 모습./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영화 '마션(Martian)'에는 불의의 사고로 혼자 화성에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감자를 키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인상 깊은 이 장면은 과연 우주에서 작물 재배가 가능한지에 대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낳았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 기술도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경기상상캠퍼스 생활1980 입주 그루버 '스페이스 젤리'는 영화 '마션'의 현실화에 한 발 다가간 기업이다. 지난 3일 새로운 문화를 일구는 이색 우주농업연구소 스페이스 젤리를 찾았다.

 

 

#WHAT 스페이스 젤리는?

▲ '스페이스 젤리' 식물공장 생산농법으로 자라고 있는 채소.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스페이스 젤리' 식물공장 생산농법으로 자라고 있는 채소.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스페이스 젤리는 서울대학교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학 연구실 박사과정 출신들로 구성된 우주농업 스타트업 기업이다. 스페이스 젤리에서는 수경재배(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녹인 영양액만으로 식물을 기르는 일)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동시에 식물공장(재배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생산하는 시스템), 수경재배 콘텐츠와 환경보호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 젤리에서 연구 중인 우주농업은 우주라는 환경 속에서 작물 재배가 실현 가능하도록 연구개발하는 분야이다. 식물공장 시스템과 수경재배를 통해 연구된다. 주된 활동은 연구원들의 미래농업 연구에 두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 문화기획 활동들도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HOW  스페이스 젤리에서는?

스페이스 젤리에서는 이색적이고 독특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연령대에 따라 또는 목적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운영된다. 교육은 수경 재배농법과 식물공장을 통해 키우는 작물 재배법에 대한 내용이 다뤄진다.

스페이스 젤리가 교육 부분에 있어서 차별화를 두는 것 가운데 하나는 교육방식에 있다. 어려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보다 쉽고 흥미롭게 교육하기 위해 게임이나 음악, 문화활동을 접목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탈출 게임을 접목해 수경재배의 원리를 배워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페이스 젤리가 운영하는 대표 프로그램 '수경재배 공유농장'은 상상캠퍼스 옥상공간에 간이 비닐온실을 짓고 수경재배로 채소를 짓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채소를 배우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상식들을 교육한다. 또 수경재배에 필요한 가격이나 운영을 위한 경영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캠그린프로젝트'에서는 건강, 환경, 채식을 주제로 우리 삶에 소소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상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명상, 요가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에 심신단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WHO '우주농부' 김지훈 대표

▲ 스페이스 젤리 김지훈 대표.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스페이스 젤리 김지훈 대표.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재밌는 농업을 하고 싶어요. 분명 농업도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청년들이 농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라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즐거운 농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젤리 김지훈 대표는 서글서글한 인상과 재배 농법에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는 모습이 영락없는 농부다. 굳이 우리가 아는 농부들과 다른 점을 찾자면 검게 그을린 모습이 아니라 유난히 흰 피부를 가졌다는 점이다.

김 대표에게는 '우주 농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스페이스 젤리는 우주와 비슷한 환경에서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도록 우주농업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입니다. 대개 흙이나 태양광 없이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수경재배와 식물공장에 대한 기술 연구가 주류를 이루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교육과 식물재배에 관련된 문화기획을 구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 학부와 동 대학원을 거치면서 동·식물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전문성을 갖추게 됐고, 관심과 전문성은 곧 창업으로 이어졌다.

"저는 동물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러나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상당히 비윤리적이란 생각이 들었죠. 자연스럽게 관심은 식물 분야에 쏠렸고 우주농업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4년 전, 김 대표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스페이스 젤리'를 창업하게 됐다. 스페이스 젤리의 구성원들은 현재 김 대표가 재학 중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대학원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직됐다. 식물 공장학 분야에 전문가인 김 대표를 비롯, 마이크로바이오, 벼 육종, 종자 육종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역할을 하며 스페이스 젤리를 운영해 가고 있다.

이들이 여러 식물 분야 중에서도 유독 우주 농업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우주에서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발상으로 시작한 우주농업이 아니에요. 식물공장이나 수경재배와 같은 실내 농업은 미래의 대체 산업으로 반드시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죠. 현재 이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청년들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농업을 기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질 방법들을 생각하게 됐죠. 또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보다 쉽게 농사를 지을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 끝에 우주농업 콘텐츠를 고안하게 됐습니다. 우주라는 말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스페이스 젤리가 목표하는 방향은 단순히 청년들의 흥미유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농업과 문화기획이라는 신선한 콘텐츠와 접목한 미래 산업에 대한 연구 개발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환경보호를 우위에 둔 개발은 스페이스 젤리와 김 대표의 경영 철칙이다.

"우주 농업에서도 환경을 간과하고 행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경재배에서 쓰여지는 스펀지와 같은 소재들은 재활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유발해요. 이런 문제들을 결코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수경재배에 사용된 물을 재사용하거나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들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