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황해] 10. 생명·평화의 전도사 점박이물범
[문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황해] 10. 생명·평화의 전도사 점박이물범
  • 이순민
  • 승인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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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 매년 봄마다 백령도 찾는 '소중한 친구'

 

 

▲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서식하는 점박이물범.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이자 인천캐릭터로
19세기 초부터 황해 연안 곳곳서 목격담
어류학서·동의보감·삼국사기에도 기록
오늘날 환경오염·밀렵 탓에 개체 수 줄어



백령도에는 연봉바위가 있다. 효녀 심청이 연꽃을 타고 환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연봉바위에는 봄마다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고,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 해양생물이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였던 점박이물범이 찾아온다. 연봉바위 외에도 하늬해변, 두무진 앞 물범바위와 그 주변에서 점박이물범이 관찰된다.

점박이물범은 사람처럼 허파로 호흡하며 황해를 누비는 대표적인 해양 포유류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점박이물범을 옴피기, 옴푸기 혹은 온피기라고 부른다. 정확한 유래가 전해지지는 않는다. '옴'은 순우리말로 전염피부병을 뜻하기에 점박이물범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피부병을 연상시켜서 그렇게 불리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북한의 야생동물을 소개한 <조선짐승류지>에는 점박이물범을 '잔점박이넝에'로 서술하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로 선정되면서 삼남매가 '비추온·바라메·추므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백령도 주민들은 6·25전쟁 이전 물범들이 물범바위뿐 아니라 하늬해변 자갈밭에도 올라왔다고 말한다. 아침에 바닷가에 나가면 자갈밭에 누워 있는 물범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 주민이 물범을 잡아보려고 망태기로 물범을 씌웠는데 망태기째 끌고 바다에 들어가버렸고, 그 과정에서 바닷가에 있던 주먹만한 자갈들이 튀어 다칠 뻔했다는 이야기가 백령도에 전설처럼 내려온다. 지금 하늬해변에는 북한 선박 접안을 막기 위한 2m가 넘는 용치 수백 개가 박혀있고 자갈밭은 모래해변으로 변해가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4월부터 11월까지 백령도 등지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면 두꺼운 빙해가 생기는 중국 보하이 해 랴오둥만으로 떠난다. 점박이물범은 얼음 위에서 출산하는 습성이 있다. 북극곰처럼 기후 변화 등으로 황해의 온도가 올라가면 점점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다.

점박이물범은 몸길이 1.6~1.7m 정도에 체중은 약 80~120㎏으로 체격이 사람과 비슷하다. 수명은 35년 안팎인 점박이물범이 살아가려면 바다와 육지, 얼음이 있는 해양 환경이 필요하다. 점박이물범은 수심 300m까지 잠수하는데, 주로 까나리, 우럭(조피볼락), 쥐노래미 등을 먹는다.

점박이물범과 비슷한 종류로는 바다사자, 바다코끼리류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물범과에는 18종, 바다사자과에는 14종의 바다사자류와 물개류가 있다. 바다코끼리과에는 바다코끼리 한 종이 있다. 한반도 주변에는 점박이물범과 바다사자, 큰바다사자, 물개 등 4종류가 서식한다.



●올놀수, 오래전부터 황해를 누볐다

남쪽의 황해에서 점박이물범은 백령도뿐 아니라 서산 가로림만에서 10여마리가 모습을 보인다. 강화도와 덕적도, 신안가거도에서도 관찰 기록이 있다.

오래전부터 황해 연안 곳곳에선 점박이물범이 목격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세기 초 정약전이 저술한 어류학서인 <자산어보>를 보면 약 200년 전에는 백령도, 칠산바다, 태안반도와 흑산도에 이르기까지 점박이물범이 서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산어보> 해수편 올놀수는 '개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크고, 털이 뻣뻣하며, 검푸른색과 황백색의 점으로 이루어진 무늬가 있다. 물에서 나오면 제대로 걷지 못해 항상 물속에서 헤엄쳐 다니지만 잠잘 때는 물 밖으로 나와 잔다'고 기록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올놀수에서 얻어진 올놀제는 음위(발기부전)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언급됐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점박이물범은 오래전부터 황해 연안 지역에 서식했으며 가죽은 귀한 진상품으로, 생식기는 주요 약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 김부식이 저술한 <삼국사기> 신라본기 성덕왕 29년을 보면 '봄 2월에 왕족 지만을 보내 당나라에 해표 가죽 10장을 바쳤다'고 기록돼 있다. 해표(海豹)는 점박이물범으로 추정된다.

고래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1940년대 황해 전체에는 점박이물범이 8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남획 등으로 600마리까지 감소했다가 최근에는 1200마리 정도의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백령도에 해마다 300~600마리가 찾아온다. 오호츠크해, 캄차카반도~베링해~알래스카만에도 각각 10만마리가 살고 있다.



●환경파괴에 오염으로 개체 수가 줄다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 그리고 밀렵 등으로 점박이물범은 황해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녹색연합은 랴오둥만 어민들이 1950년대 한 해 1000마리 이상을,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매년 400~500마리를 포획했다고 확인했다. 가죽은 모피시장에, 고기와 기름 그리고 생식기는 정력제로 팔았다. 어린 점박이물범은 동물원에 넘겨졌는데, 1970~1980년대 뤼순동물원에서 사들인 개체수가 매년 100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에선 아직도 수족관에서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다.

서식지 파괴도 큰 위협요인이다. 국내 황해 연안도 이미 갯벌 매립, 공업단지 등으로 상당수가 파괴됐고,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번식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랴오둥만 주변으로는 톈진과 창신따오가 접해 있다. 이 지역은 화학비료공장, 종이·피혁 등 제조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들 공장에서 배출되는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들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황해는 '세계 3대 수질오염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에 의한 해양오염은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인 점박이물범의 생식 기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점박이물범의 생존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요소이다.

황해의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중국 보하이 해 랴오둥만의 겨울철 유빙도 줄어들고 있다. 점박이물범의 출산 장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그물에 걸려 죽는 점박이물범 이야기는 여전히 적잖게 등장하고 있다. 생명·평화의 전도사인 점박이물범이 언제까지고 문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인 황해를 누비기를.

 

 

▲ 지난 2017년부터 활동 중인 백령중고등학교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 활동 모습./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 지난 2017년부터 활동 중인 백령중고등학교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 활동 모습./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 있어줘 … 마음 전하는 백령도 청소년들]



점박이물범은 인천을 상징하는 캐릭터로도 사랑받지만, 백령도 어민에겐 얄미운 존재다. 점박이물범은 노래미나 우럭, 갑오징어 등을 먹으려고 까나리 어망을 찢는다. 낚시를 할 때 방해하거나 먹이를 채가기도 한다. 점박이물범의 오줌이 독해서 다시마나 미역, 홍합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푸념도 있다.

점박이물범 보호를 주민과의 공존 움직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2009년부터 녹색사회연구소가 진행한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양성과정을 바탕으로 2013년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창립됐다. 현재 21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신자 점사모 회장은 "백령도에서 태어나 점박이물범을 흔한 동물로만 생각했는데, 개체수가 크게 줄어 아쉬움이 있다"며 "지난해 인공쉼터가 만들어진 이후 일일 모니터링을 하면서 생태 교육,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령도 청소년들에게도 점박이물범은 각별하다. 백령중고등학교에는 지난 2017년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가 생겼다.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조재현(17)군은 "그물을 찢어놓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골칫거리 같은 존재로 여겼던 주민 인식도 동아리 활동을 보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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