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밤섬, 둔촌동, 방이동, 탄천, 진관내동, 암사동, 고덕동, 청계산원터골, 헌인릉, 남산, 불암산삼육대, 창덕궁후원, 봉산, 인왕산, 성내천하류, 관악산, 백사실계곡.' 서울시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들이다. 전국적으로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30곳이 넘는다. 그러나 인천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자연환경보전법 제23조에는 환경부장관뿐 아니라 시·도지사도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및 학술적 연구가치가 큰 지역 ▲지형 또는 지질이 특이해 학술적 연구 또는 자연경관의 유지를 위해 보전이 필요한 지역 ▲다양한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지역 또는 생태계의 표본지역 등에 대해서다.

지난 10일 인천 덕적면과 자월면 주민들은 여객선이 결항되어 어선을 이용해 뭍으로 나왔다. 다음날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난생처음 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선갑도 앞바다 모래 채취로 인한 피해, 선갑도의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주민 294명의 청원서를 인천시장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이 직접 살고 있는 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대이작도 풀등, 장봉도 갯벌이 주민들 요청으로 중앙정부에 의해 각각 해양생태계보호구역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바닷모래 채취로부터 바다와 갯벌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바람에 중앙정부가 응답한 것이다. 고립된 섬에서는 개발사업으로 환경훼손, 주민피해가 발생한다하더라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보호지역은 환경보전과 주민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선갑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무인도이다. 충남과 옹진군 덕적면·자월면 등 덕적군도의 섬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인천경기만의 중심이다. 우뚝 솟은 선갑도는 신선의 세계라 하여 선접(仙接)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선단여와 함께 망구할매 전설이 깃든 섬으로 인천경기만의 지주다.

선갑도는 전체가 화산폭발 당시 화산재 등이 쌓여 형성된 응회암으로 곳곳이 주상절리다.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섬 둘레는 4각, 5각의 주상절리가 선명하다. 응회암 주상절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등산 서석대를 제외하고, 선갑도가 거의 유일하다. 분화구처럼 보이는 C자형 호상 해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관으로 그 가치가 크다.

선갑도는 구렁이와 매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이며 가침박달, 쇠뿔석이, 멱쇠채, 두루미천남성 등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의 보고다.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함께 공존하고, 식물 다양성이 높아 황해 도서지역 식물 연구에 매우 중요한 섬이다.

조간대에서는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거머리말과 새우말이 집단으로 서식한다. 전문가들은 산호충류의 서식 가능성이 높아 조간대와 해양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03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대이작도 풀등과 연계한다면 해양과 도서지역의 자연생태계 보전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1950년 나비박사 석주명 덕적군도 학술조사대 단장은 보호구 지정을 언급했고, 인천시도 2007년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 및 보전관리계획'을 통해 선갑도가 '준보전도서'에 해당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선갑도와 관련하여 최근 옹진군에서 불법 산림훼손과 공유수면 불법 점사용을 확인하고 원상복구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선갑도는 핵폐기장 건설 논란에 이어 리조트 개발, 채석단지 개발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갑도는 주민들이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 섬, 끊임없이 개발 논란에 '흔들리는 생명의 땅'이다.
주민들의 청원처럼 인천시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면 소외되었던 인천 앞바다 섬주민들은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선갑도가 곧 들어서게 될 국립해양박물관, 대이작도 풀등 해양생태계보호구역과 연계하여 인천 앞바다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 거점으로 제대로 보호되기를 기대한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