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국회의 국회법 개정에 따라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등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함에 있어 국회의 검증 과정을 거침으로써 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활용하여 검증된 기관장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 바 있다. 2003년 전북, 광주 등 일부 광역의회에서 부단체장 등 고위직 또는 지방공사, 공단 등의 기관장에 대한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지자체 청문회 조례가 상위법령의 근거 없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대법원은 무효 판결을 내렸고, 지자체의 제도는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마냥 포기하지만은 않았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11개 광역의회에서 지방공기업 등 기관장 검증을 위해 현행 법령 테두리 내에서 다양한 청문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사청문회를 위한 운영지침 또는 예규를 마련한 대표적인 지방의회 사례로는 인천과 대전을 들 수 있다. 인천시의 경우, 시장의 요청이 있으면 인천시의회 운영 지침에 의해 정무부시장, 5급이상 개방형직위 공무원 및 공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시행된다. 다른 지방의회와 비교할 때 우수사례로 분류되기는 하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18년 10월 민선7기 박남춘 시장에 접어들어서야 청문회 제도가 처음으로 시도되었을 뿐,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후보자 검증에 있다. 업무 전문성과 공적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도덕성의 검증으로 구분된다. 과거 고위공직자를 학연, 지연, 정치 관련성 등을 이유로 임명권자가 자의적으로 임명할 경우 발생하는 전문성 부족, 도덕적 결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회 또는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는 청문회는 법적, 제도적 견제 장치를 바탕으로 강도 높게 시행된다.

반면, 지방의회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는 인사청문회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무엇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약점이다. 따라서 청문 대상자의 검증 기준과 자료 청구에 있어서도 명백한 기준이나 강제성이 없고, 청문회 결과의 구속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청문회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지방의회가 다수여서 진정한 시민 참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나타낸다.

특히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청문 위원의 객관성 및 검증능력 확보 여부이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에 의해 이뤄지는 국회나 중앙정부 청문회와 달리, 지방의회에서 실시하는 지방공기업 기관장 등의 청문회 위원은 주로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또는 지방공기업 관련 인사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경영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는 청문회가 지방정부 관련 인사들만의 청문회로 변질될 수 있다. 이렇게 선출된 지방공기업 기관장은 경영 자율성과 거리가 먼 정치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에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성숙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풍토조성과 적절한 지방공기업 기관장 임명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법제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준비되지 않은 청문회는 형식에 그칠 수 있으므로 법적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공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 또는 지방공기업 노동조합의 의견이 반영된 청문위원 선정이 필요하다. 지방공기업은 기업의 역할과 공공기관의 의무가 모두 포함된 특수기관이다. 공공의 편익 범위 내에서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나 노동조합과의 합의 과정을 통해 추천된 인사가 청문위원으로 선정된다면 현행 제도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성공적 인사청문회 풍토 조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 인천, 대전, 경기 등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의회와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청문회 제도를 시작한 것은 모범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제도 미비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단체장의 의지와 노력이야 말로 인사청문회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정교헌 인천도시공사 노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