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는 교육문화의 도시이며 청정도시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쾌적한 도시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복판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서고, 언제부터인지 주말이면 주변 일대가 무질서하다.

화상경마장은 경마를 도박이라는 이미지에서 건전한 레저로 바꾸자는 차원에서 설립되었지만, 건전한 레저를 즐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개되고 개방된 곳이 아니라, 폐쇄적인 공간에서 '한탕'을 바라는 심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당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의 교육환경을 해치고 사행심리를 부추기는 사회문제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낳게 한다. 이미 전국에 30여개소의 화상경마장이 개설되어 있고, 적지 않은 곳에서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보도다. 인천은 4개소가 있는데 서울(10), 경기(9)를 비롯하여 부산(2), 대구(1), 광주(1), 대전(1), 경남(1), 충남(1) 등에 비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화상경마장의 허가는 중앙부처 소관일 것이고, 해당 지자체와 사전협의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시를 비롯하여 연수구나 다른 구에서 몇 푼 안 되는 지방세 수입을 얻고자 지역주민들의 정신건강을 담보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인천의 화상경마장은 학교 앞 500m 이내 설치가 불가능함에도 모두 법적 이격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다니 이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지역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화상경마 수익에 비하여 턱없이 적은 지방세와 낮은 지역사회의 기여도, 열악한 도박중독 예방치료 프로그램 지원 등의 실태도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아니면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할 때가 왔다고 본다. 특히 주말이면 화상경마장 주변이 극심한 주차난과 유흥업소 난립 등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사행사업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사행심리에 빠져드는 도박중독이다. 도박중독은 도박장애라는 정신장애다.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사행시설이 용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사행관을 심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우려가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박중독의 폐해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사행산업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내국인 카지노가 제일 높고, 그 다음이 화상경마장이라 한다. 한탕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쾌적한 교육환경과 주거환경은 이런 사행시설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의무이다. 당초의 목적이나 계획에서 변질된 것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설 경마장을 유치함으로써 세수를 늘리고 고용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발상은 아니라고 본다. 주말마다 북적이는 화상경마장에 가 본다면 그로 인한 역기능이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몇 푼의 세수에 소중한 시민의 정신건강을 매몰할 수는 없다. 이보다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건전한 레저문화를 정착시키는 시책을 개발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화상경마장으로 인한 지역사회 갈등은 연수구뿐 아니라 미추홀구, 부평구, 중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시민의 재산과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시장과 해당 구청장의 강력한 의지표명과 근본적 대책을 요구한다.

신원철 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