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단 반발로 재개정 논의
찬 "총선 앞 분란소지 없애야"
반 "우리사회 나가야 할 방향"
의원 총회서 다수 '유지' 결정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이 보수교단의 반발을 일부 반영해 5개월 만에 조례 재개정을 추진했으나 다수 의원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며 '정면돌파'를 택했다.

17일 복수의 도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도의회 민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성평등 기본조례' 재개정을 논의했으나 전체의원 135명 중 30여명만이 조례 개정에 찬성했고, 60여명은 조례 유지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정 논의는 지난 8월부터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에 대해 보수교단 등이 반발 집회를 열고 '실질적 성평등 실현 기반 마련'이라는 조례의 취지를 왜곡하자 시작됐다.

앞서 지난 7월 박옥분 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의 대표발의로 개정된 '성평등 기본조례'는 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편견·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서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성평등 확산을 위해 도 산하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 등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도가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는 지난 7월16일 제137호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재석의원 101명 중 찬성 90명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교단은 즉각 조례개정에 반발했다.

조례가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해 제3의 성과 동성애를 인정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이 같은 성평등을 인정하는 성평등위원회를 종교시설에도 설치해야 하냐고 반박했다.

이에 도의회는 '성평등'이란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것이며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보수교단의 반발은 그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보수교단 등이 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조례가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를 만든다'는 등 취지가 왜곡하자 도의회 민주당은 보수교단 등과 협의에 나섰다.

총 10명의 의원으로 꾸려진 '경기도의회 성평등 기본조례 대응대책단'은 2차례 자체회의와 보수교단과의 1차례 간담회, 7차례 협상단 회의를 거쳤다.

이를 통해 대책단이 내놓은 '성평등 기본조례' 재개정안은 성별 정의에 '생물학적'이란 단어를 추가하고 도가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대상에서 종교단체 및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법인 등을 제외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재개정 추진 동의를 얻어 이날 열린 도의회 제340회 정례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제5차 회의에 긴급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수 의원의 반대에 재개정안은 무기한 보류됐다.

조례 재개정에 반대표를 던진 한 도의원은 "보수교단이 현재 조례의 취지를 잘못 해석해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례 개정은 옳지 않다. 지금 조례도 성평등은 양성평등의 범주에 든다"며 "현 조례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서라도 조례를 재개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재개정을 찬성하는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과 상위법의 내용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도의원은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개정을 한다고 해도 조례 취지가 심하게 훼손된다고 보긴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고, 다른 의원은 "어찌됐건 조례는 상위법에 국한해서 해야 하고, 상위법의 내용을 조례에 담는 것이라 조례를 재개정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