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는 세계시민입니다(공윤희·윤예림 글, 배성규 그림, 창비교육, 328쪽, 1만5000원)=풍요와 빈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와 '발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에 비로소 많은 이가 공감하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나와 내 주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큰 문제이고, 지금은 다른 것 때문에 어려우니 내일 생각해 보자고 미루었던 문제가 사실은 오늘 해결해야 하는 매우 급박한 문제였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모르는 척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도 되는 것일까? 지구상에 산재한 여성·환경·노동·차별·혐오 등의 뜨거운 이슈에 대해 우리는 이제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야 한다. 이책은 전 세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공부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나목(박완서 글, 김금숙 그림, 한겨레출판사, 316쪽, 1만8000원)=1970년 발표된 소설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이 그래픽노블로 출간되었다. 김금숙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작품 탐구를 바탕으로 1950년대 서울 명동거리와 미8군 PX, 계동 골목을 이미지로 재현했으며, 현대적 감각을 입힌 인물 캐릭터를 선보인다. 만화 <나목>은 김금숙 작가 특유의 회화적인 화풍을 그대로 이어간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삶을 다룬 <풀>, 제주 4·3의 단면을 그린 <지슬> 등 전작의 맥을 이어 역사와 현실에 내몰린 인간의 내면이 흑백의 명징한 대비와 거침없는 붓질로 묘사된다. 최근 출판 만화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그림체로,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