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성 깨닫고 '군자'가 되는 3권
▲ 이제마의 생애를 조명한 KBS 특별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포스터.

 


앞 회에 이어 <격치고> 권2 반성잠(反誠箴)을 계속 본다.

손잠(巽箴)
15조목: 가난은 스스로 원하는 게 아니지만 거짓을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다. 비천은 스스로 원하는 게 아니지만 게으름을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다. 곤궁은 스스로 원하는 게 아니지만 사치를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다. 궁핍은 스스로 원하는 게 아니지만 인색하기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것이다.(貧不自願 好詐自願賤不自願 好懶自願困不自願 好侈自願窮不自願 好嗇自願)

누구나 가난, 비천, 곤궁, 궁핍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력이 모자라서 그러한 것도 아니다. 선생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14조목에서 '잘못을 지으면 저절로 가난해지고 입신이 빗나가 저절로 비천해지고 도모하는데 헤매면 저절로 곤궁해지고 성공하는데 헤매면 저절로 궁핍해진다'고 하였다. 선생은 23조목에서 가난은 서로 도와야한다고 가난의 해결 방안을 써놓았다.

26조목: 원망을 만약 보복하지 않으면 악한 사람이 함부로 행동하게 되고 덕을 만약 보답하지 않으면 착한 사람이 쇠잔하여 미미하게 된다. 악한 사람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어질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고 착한 사람이 쇠잔하여 미미해지는 것은 의롭지 못하다 말한다.(怨若不報 惡人橫行 德若不報 善人殘微 惡人橫行 可謂不仁善人殘微 可謂不義)

선생의 악에 대한 견해가 자못 흥미롭다. 악한 사람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보복하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권선징악은 소설에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은 나만의 생각일까.

<격치고> 권3 '독행편(獨行篇)'
'독행편'은 인간의 심성에 대한 논의로 '홀로 꿋꿋하게 나아가라'는 글이다. 선생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실현과 그것을 실현하지 못한 비박탐나(鄙薄貪懦)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을 한다. '독행편'은 선생이 1882년에 썼다. 선생 작품 중에서 가장 완결된 작품으로 그의 사상이 잘 녹아 있는데 글은 문답식으로 되어 있다.

이 편 이름을 독행이라 한 뜻은?
대답한다: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의 나쁜 점을 안다면 중립을 지켜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나쁘면서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안다면 화목하면서 휩쓸리지 않는다. 이와 같이하면 자연히 독행하게 된다. 독행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알면 미혹될 까닭이 없다. 미혹되지 않으면 마음이 바르게 된다. 마음이 바르면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세상에 은둔하더라도 중용을 지켜 고민함이 없다.(篇名獨行 何義耶? 曰: 好而知其惡 則中立而不倚 惡而知其美 則和而不流 如此者自然獨行 獨行者不動心 知人誠僞則不惑 不惑則正心 正心則不動心 不動心則遯世中庸而無悶)

 

선생은 '독행'을 '흔들리지 않는 마음' 부동심(不動心)이라 정의하였다. 이 '독행편' 시작은 <대학> 8장, <중용> 10장, <주역> '문언 건괘', <중용> 11장을 연결한 문장이다. <대학> 8장에서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을 나쁜 점을 알고 나쁘면서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였다. <중용> 10장에서는 '군자는 화목하게 지내지만 중립을 지켜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주역> '문언 건괘'에서는 '세상에 은둔하더라도 고민하지 않는다'하였고 <중용> 11장은 '군자는 중용의 길을 걷기에 세상에 은둔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오직 성인만이 한다'를 끌어왔다. 결국 선생이 지은 이 '독행편'은 성인, 군자가 되는 방법이다.

선생은 이 '독행편'을 등불과 반딧불에 비교하며 "어두운 밤과 같은 이 시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선생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예를 든 것은 간사한 거짓을 막고 찾은 구체적인 방법인 '순수한 마음 확립(己誠立)'이다. 이 '순수한 마음 확립'이야말로 진실과 거짓을 아는, 즉 사람을 아는 '지인사상(知人思想)'의 출발점이다.

(동무(東武) 이제마 선생 편은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다음 편에 이어진다.)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br>​​​​​​​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은 인하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고전을 읽고 글을 쓰는 고전독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