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헛스윙밴드'
자유분방한 음악 장르로 편곡
억압받던 1970년대 풍자 눈길
▲ '헛스윙밴드'의 한 장면.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치도록 강요당하며 자란 방규석은 청년이 된 1979년, 아버지 뜻을 거스르며 가출한다.

우연히 접한 재즈음악에 빠진 그는 부산에서 재즈 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피아노를 판 돈으로 부평에서 부산까지 함께 갈 음악인들을 구한다. 제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4명으로 밴드가 조직되고 빌린 트럭으로 모두 함께 부산으로 이동한다. 열흘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도달하지만 그곳에서 부마민주항쟁의 현장을 목도한다. 이들은 이 항쟁의 참여자이자 주인공이 된다.

지난 11~14일 부평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헛스윙밴드'는 부평구문화재단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많은 것이 억압되고 구속됐던 70년대가 배경이지만 뮤지컬은 자유분방의 대명사인 재즈를 소재로 삼았다.
획일적인 충성이 요구되던 때 저마다의 개성과 사상을 감추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재즈는 선망의 대상이자 신세계였지만 반대로 불온 그 자체였다.

헛스윙밴드는 밴드 단원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재즈에 도달하는 여정을 보여주며 억눌린 역사와 자아에서 탈피하는 방법에 대해 역설한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재미는 도무지 재즈로 상상할 수 없는 노래의 '재즈화'에 있다. 배우들은 민중가요와 애국가, 쑥대머리 같은 타령과 힙합을 재즈로 부른다.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온 이진욱 감독의 작·편곡으로 최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극 중 노래들이 탄생했다.

무대 구성과 내용도 탄탄하고 짜임새 있었으며 중간 중간 무심코 던져지는 해학과 풍자가 극의 세련미를 높였다.

여기에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성지라는 사실적 의미마저 부각시킨다. 인천·김포·서울과 연결되며 요충지 역할을 한 부평이 미국 흑인 민속음악과 백인 유럽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생긴 재즈의 메카가 된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