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 건립 추진에도
정부는 지원 방관

 

인천 전역에서 화학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소방당국의 대응력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사고가 자칫 폭발이나 유해물질 누출사고로 이어지면 대형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5일 인천소방본부와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소방관을 포함해 6명이 다치고 3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서구 석남동 화학물질 제조공장 화재는 공장에서 인화성 화학물질인 디옥솔란(dioxolan)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소방당국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장이 주변에 밀집해 있는 것을 우려해 폭발과 유해물질 누출을 막기 위해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3시간15분 만에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화재 발생 시점에 화학사고 대응 전문기관인 시흥119화학구조센터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센터의 지휘차와 고성능 화학차 등 3대 차량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1시간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는 자체 운영 중인 화학구조센터가 없는데다 화재 현장에서 시흥 센터까지 거리가 30㎞ 이상 떨어져 있는 탓이다.

현재 11개의 산업단지에 1만443개 업체가 인천에 입주한 상태다. 위험물 시설은 4561곳으로 울산에 이어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두 번째로 많다.
최근 4년간(2015∼2018년) 전국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319건 중 인천에서 발생한 사고는 20건(6.3%)에 이른다.

정부는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주요 국가산업단지 7곳에 119화학구조센터를 건립했지만 정작 인천을 대상으로는 센터 건립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인천시가 화학사고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체 재원으로 화학대응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는 예산 지원은커녕 방관만 하는 모습이다. 화학사고 대응 전문기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인천 소방당국은 소방서마다 1대씩 보유한 고성능 화학차로 '헤쳐 모여' 식 대응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화학사고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시흥119화학구조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화학사고에 완벽히 대응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소방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