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동고동락 … 추억남기고 아름다운 이별

220여회 활동·경진대회 우승 등 활약 '동행' … 대담, 국민 분양 중
오문경 소방장 "따뜻한 가족만나 행복하게 살길"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 동료들은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 살을 부대끼며 호흡을 맞춘 시간만 무려 7년. 이제는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주인공은 '오문경' 핸들러(46·남양주소방서 오남119안전센터 소방장)와 인명 구조견 '대담'(셰퍼드)이다.

오 소방장은 2012년 10월 대담이를 처음 만났다. 당시 두 살이던 대담이는 다른 인명 구조견에 견줘 유독 영리했다. 오문경 소방장의 손짓에 바로 반응했다.

그는 "핸들러는 보통 2주 정도 산책하며 인명 구조견과 교감을 나눈다"며 "그러나 대담이는 처음부터 내 손짓을 보며 움직였다. 우리가 운명이란 걸 그때 느꼈다"고 말했다.

오문경 소방장과 대담이는 산악 1급·재난 1급 자격증을 따는 등 거침이 없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228회가 넘는 구조 활동을 폈다. 2014년과 지난해엔 산속에서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찾아내 목숨을 구했다.

2016년엔 전국 119 인명 구조견 경진대회 단체전에서 우승도 차지했다.

오 소방장은 "대담하게 활약하라는 의미로 이름을 대담이라고 지었다"면서 "인명 구조견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 출동하면 자칫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만 먹는다. 대담이는 이런 고단함을 견디고 생명을 구하는 데 견생을 바쳤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들이 끝내 아름다운 이별을 맞았다.

9살이 된 대담이가 더 이상 수색 현장에서 활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담이는 올 6월 비장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암 발생을 막아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게 하려는 조치였다.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건강엔 아무 이상이 없다.

은퇴를 앞둔 대담이는 두 번째 견생을 준비 중이다. 현재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는 대담이를 책임질 가족을 찾는 국민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대담이를 가족으로 맞겠다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오문경 소방장은 "녀석도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지 요사이 눈빛이 슬프다. 가슴이 저민다"며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제는 대담이가 정말 따뜻한 가족을 만나 다른 강아지처럼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고맙다. 사랑한다.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