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인천 서구의 한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낮 12시7분쯤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화재로 직원 등 6명이 다쳤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소리 없이 치솟은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화학약품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네요."

12일 낮 12시7분쯤 인천 서구 한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3층에서 시작한 불길은 순식간에 4층 규모 건물 전체를 태웠다. 건물이 타면서 발생한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주변을 덮었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옷깃으로 코와 입을 가려야 했다.

화재 현장 옆 주유소에서 일하는 전모(39)씨는 "뭔가 터지는 소리도 없이 갑자기 검은 연기가 주유소 안을 가득 채워 옆 공장에 불이 난 걸 알게 됐다"며 "숨쉬기 힘들 정도로 연기가 담을 넘어와 실내로 대피해 문을 꼭 닫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불로 공장에 있던 직원 A(36)씨 등 5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5명 중 2명은 화상을 입었고 나머지 3명은 연기흡입 등의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진화 과정에서 B(38) 소방장도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나머지 45명의 공장 근로자들은 스스로 대피했다.

불이 난 공장은 TV나 모니터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인 감광 재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소방당국은 3층 화학물질 반응기를 통해 위험물인 디옥솔란(dioxolan)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디옥솔란은 상온에서 액체 형태로 존재하며 불이 붙을 위험이 있는 인화성 화학물질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낮 12시20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오후 1시53분쯤 해제했다. 화재 현장에는 소방차를 포함한 장비 62대와 인력 249명이 투입됐다. 불은 오후 3시22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인근에 있는 다른 건물로는 번지지 않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4층으로 불이 올라갔기 때문에 1~2층은 피해가 크지 않았다"며 "중상자 2명은 입원 치료 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경상자 4명은 1명을 제외하고 퇴원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