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너진 공동체 복원하고 돌아봐야 할 때"


"4·16 잊지 않으려 행복마을샘터사업 시작"
변화위해 적극적 행동 … '마을만들기' 최선



"마을만들기는 주민과 함께 무너져 내린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정미(55·사진) 성남시마을공동체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12일 "마을 문제를 찾아 애착과 열정을 갖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참여해 해결하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위원장이 마을활동가 일을 시작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활동가는 이웃과 함께 어떤 일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성남 단대동 논골 작은도서관, 태평4동 마을공감, 금곡동 행복마을샘터 등 82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는 성남시마을공동체 네트워크 운영위원회를 꾸려 이끌고 있다.

"4·16 세월호 아픔을 잊지 않으려고 이웃사랑공동체 행복마을샘터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꽃다운 학생들의 죽음과 유족의 아픔을 외면했습니다. 사람이 꽃입니다. 꽃의 생명력으로 마을공동체가 서로 사랑하고 기쁨과 위로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하는 나비들이 날갯짓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금곡동의 유래와 현황을 살펴보고 추진위를 꾸린 뒤 아파트 화단, 보행자도로 등에 꽃을 심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마을가드너 교육과 역할분담 등을 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청솔초·중학교, 불곡고등학교 B.M.W 동아리, 주민 등이 행복마을샘터사업에 참여했다. 그 뒤 이름 모를 잡초와 쓰레기로 뒤엉켜 있던 빈터, 화단이 애기똥풀, 철쭉, 비비추, 옥잠화, 맥문동이 가득 핀 꽃동산으로 바뀌었다. 마을 정원으로, 주민 쉼터로, 치유의 공간으로, 아이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생명의 학교로 탈바꿈한 것이다.

"아름답고 다양한 꽃들이 많이 피어 있는 마을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행복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자신들이 직접 심고 가꾸는 꽃이라면 더 아름답겠죠. 마을만들기 사업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회색 콘크리트벽과 각박한 인심이 부드러운 흙과 같이 촉촉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성남시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주민들의 무관심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또 주민들이 각자 생각하는 곳에 정원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자연환경을 고려해 장소를 정하고 함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이 보람과 노동의 가치,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하더라고요. 마을을 생각하고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지요."

그는 마을만들기는 무너진 사회공동체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1960~8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군부독재로 자치적인 마을공동체가 무력화되는 동시에 인간의 삶은 파괴됐습니다. 지역 공동체 속에서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고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권 위원장은 주민자치력을 끌어 올려 한 단계 높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펴고 싶다고 했다.

"마을공동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민과 행정의 상호 협력을 위해 중간 지원자 역할도 하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날갯짓이 공동체를 변화하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마을이 밝아지고 따뜻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