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주명재씨, 간식 들고 경로당 찾아 어르신들 말벗


"주민들이 있기에 공무원도 존재하죠. 지역과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인천 중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주명재(51·사진)씨는 송월·북성동에서 나고 자란 중구 토박이다.

1995년 공직에 입문해 중구청 내 여러 부서를 거치며 공무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주씨의 일과는 조금 특별하다.

근무를 마치면 집에 돌아가지 않고 지역 곳곳에 있는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반찬과 간식을 싸들고 가 나눠 먹거나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돼 준다.

이제는 주씨가 경로당을 찾지 않으면 오히려 어르신들이 궁금해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동네 교회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과 가까워졌죠. 송월동과 북성동 경로당에 계신 분들은 거의 다 알아요. 경로당을 다니다보면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이 일대는 원도심이다보니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주씨는 퇴근시간 후와 주말을 활용해 지역 경로당 33곳을 오간다.

그의 봉사활동이 널리 알려지다보니 이제는 주변 정육점 사장님이나 지인이 식재료를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김치와 국하나를 놓고 식사를 해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주씨는 지난해 여름 강원도에서 옥수수 600개를 직접 구매해 경로당에 돌리기도 했다.

"주변에서 오지랖이 너무 넓다는 이야기도 들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서서 하니깐요. 어르신들이 작은 것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고 뿌듯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일부러 어르신들이 가시는 미용실을 따라가서 비슷하게 파마를 하기도 했답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최근 중구노인회와 한국자유총연맹 중구지부 등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평소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주씨는 몇해 전 대학원을 다니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구절을 따라 공무원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다.

"1997년도쯤이었나 신흥동에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나갔다가 부모 없이 어렵게 지내는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이불 하나를 껴안고 추위에 떨고 있었죠. 수년간 그 아이들을 곁에서 도우며 율목동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죠. 중구에서 만나는 주민들은 모두가 제게 가족같은 존재에요. 앞으로도 힘 닿는데까지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습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