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안해서' '배상·법적 책임 두려워' 관계자 비협조 … 소방본부 "전문가 합동감식"
경기도 소방당국이 북부지역에서 일어난 원인 미상의 화재 사건 규명을 두고 고심 중이다.
최근 3년간 총 8204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중 748건의 원인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물 대부분이 무너지고 불에 타다 보니 발화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데다, 일부 관계자들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화재 원인을 규명하려는 소방 당국의 마음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1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북부지역에서 820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748건은 지금까지 원인을 찾지 못했다.

원인 미상 화재 건수를 관서별로 살펴보면 파주소방서가 198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남양주소방서 113건, 양주소방서 107건, 포천소방서 102건, 고양소방서 58건, 의정부소방서 48건, 연천소방서 43건, 가평소방서 39건, 동두천소방서 25건, 구리소방서 15건 순이다.

일부는 건물이 붕괴하고 모두 타면서 발화 지점은 찾았으나, 정확한 원인 증거물은 찾지 못한 경우다.
소방당국은 관계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원인 규명의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방화·실화로 불이 났을 때 손해 배상, 사법 처리 여부를 우려해 재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소방관은 "한 밤에 불이 나면 보통 다음 날 현장을 재감식한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다"며 "그러나 일부 건물주나 세입자들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는 일이 있다. 화재 원인을 밝혀야 다시 불이 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점이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자 소방본부는 원인 미상 화재 사건을 줄이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교수·화재조사 전문가 등 13명을 위촉해 현장 합동 감식을 추진한다. 본부 차원에선 엑스레이(X-ray)를 탑재한 차량과 화재감정분석팀도 투입할 계획"이라며 "끝까지 추적해 밝힌다는 자세로 모든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