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밖에서 일하는데
해결책은 일회용 마스크뿐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쉴 수는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못난 아빠가 되고 싶지도 않고 …."

11일 오전 10시. 인천 부평구 한 건축물 공사 현장에서 만난 이모(52)씨는 목이 아픈 듯 연신 기침을 하며 공사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이날 부평지역은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137㎍/㎥까지 치솟았지만 이씨는 얼굴에 두른 수건에 의존한 채 수레를 끌기 바빴다.

그는 "일회용 마스크가 너무 불편해서 수건을 마스크처럼 쓰고 있다"며 "목이 너무 따끔거려 병원에도 가고 싶지만 혹시 큰 병일까봐 선뜻 발이 안 떨어진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10일에 이어 이틀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지만 인천 곳곳에선 이씨처럼 미세먼지에 노출된 취약계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누리집 '에어코리아'를 살펴보면 인천의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는 52~59㎍/㎥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는 나쁨(36~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겨울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자 인천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민들에게 외출 삼가와 마스크 착용 등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 같은 날 찾은 부평구 한 소아과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한산한 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당초 병원 진료를 예약한 보호자들로부터 미세먼지가 심하니 날짜를 미루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외출을 선택할 수 있는 일부 시민들과 달리 환경미화원과 공사장 인부 등 야외 노동자는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밖에서 활동해야 하지만 마스크 하나에 건강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미세먼지로 건강을 위협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정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천시 차원에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질 좋은 마스크를 지급하고 안전 교육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일정 시간의 휴식 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