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먼지 걷혀야 볕들어

 

▲ 細(가늘 세)는 정수리(囟신)에서 나오는 가는 실(糸사) 같은 혈기를 본떴다. /그림=소헌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미세먼지가 한강토를 뒤덮었다. 수도권을 비롯하여 일부 권역에 미세먼지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이에 따라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미세먼지가 사회재난에 포함된 이후 마련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이 처음 시행된 것이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운행시 범칙금을 부과하며,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를 운영한다. 석탄발전소 10기는 가동을 멈추고 41기는 제한된다. 원인은 따질 것도 없다. 중공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그들의 석탄발전소는 3500개가 넘는다. 우리에게는 재앙災殃으로 다가오고 있다.

같은 날 삼성바이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인한 증거인멸에 관련하여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들에게 최고 징역 2년이라는 실형이 선고되었다. 이른바 삼바 분식회계는 삼성경영권의 불법승계를 은폐하기 위한 핵심 사안이다. 적당히 꼬리만 잘라서 될 일이 아니다. 하늘이 어둡다.

분분미세(坌粉微細) 먼지와 가루의 차이는 미세하여 분간하기 어렵다. 坌(먼지 분)은 흙먼지()를 잘게 나눈(분) 것이며, (가루 분)은 쌀이나 밀 등을 잘게 나누어 가루로 만드는 것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에는 부풀리다는 뜻도 있는데, 밀가루를 부풀려 빵 만드는 모습을 보라. 이처럼 분식粉飾회계란 기업의 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가공매출을 부풀려 장부를 조작하는 범죄행위인 것이다.

 

 

미 [작다 / 정교하다 / 천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글자 (미)의 부수는 (조금 걸을 척)이며 여기에 山(뫼 산)과 (한 일)과 (궤짝 궤) 그리고 (칠 복)이 만난 상당히 까다로운 글자다. 글자의 가운데 부분을 (시초/끝 단)으로 보자. 식물의 줄기() 끝은 하늘을 향해 뿌리() 끝은 땅을 향해 뻗는다. ③微(미)는 길가(. 생략형)에 난 새싹(단)을 손으로 따서(쳐서) 작은 궤짝()에 넣는 모습으로 기억하자. 비슷한 글자 (부를/징계할 징)과 혼동하지 말자. 임금()이 군대로 불러내는 것을 징집徵集이라 한다.

세 [가늘다 / 자세하다 / 미미하다]

현재는 (실타래 사)와 (밭 전)이 합쳐진 글자로 굳어졌는데, 원래는 (사)와 (정수리 신)으로 된 글자다. (신)은 사람의 머리() 위()에 숨구멍()이 닫힌 자리인 것이다. 정수리(신)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가는 실(사)같은 혈기가 뿜어져 나온다. 실로 짠 혈관으로 봐도 좋다. ③囟(신)이 쓰인 대표적인 글자는 (두뇌 뇌)가 있다. (육달월)은 신체부위를 의미하며 정수리(신) 위에 있는 (천)은 머리카락()이다. ④思(생각할 사)에 있는 (전) 역시 (신)이 바뀐 것이다. 사람은 머리()와 마음()으로 생각한다.

 

미세먼지(분)는 코를 가리게 하고 분식회계(분)는 눈을 가리게 한다. 정부는 밖으로는 미세먼지에 대한 중공의 책임을 묻고, 내부로는 대기업의 탈법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하늘이 밝아 온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